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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별빛 같은 풍경”…흐림이 더 근사한 화순의 여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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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별빛 같은 풍경”…흐림이 더 근사한 화순의 여름 여행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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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파란 하늘만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흐린 날씨 속에서 걷거나 느긋하게 명소를 둘러보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뜨거운 햇살 대신 구름이 드리운 날, 화순의 자연과 역사 명소들은 한층 고요하고 깊은 인상을 준다.

 

요즘 화순에서는 '흐림 여행' 인증 사진이 SNS에 자주 올라온다. 세량제에서 수면 위로 내려앉은 나뭇가지 그림자, 안개 자욱한 적벽길을 걷는 가족, 개미산 전망대에서 구름 사이로 드는 빛을 바라보는 커플의 모습처럼, 사람들은 선명하지 않아 더 특별한 풍경을 즐긴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세량제의 봄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세량제의 봄

이런 변화는 실제 여행 풍경에서도 확인된다. 현지 기온이 30도를 웃돌아도 미세먼지는 '좋음' 수준, 산책길은 땀에 흠뻑 젖기 전에 잠시 머물기 충분해졌다. 자외선이 높아지며 그늘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오히려 흐린 하늘 아래에서 산책하거나 유적지를 천천히 둘러보는 여행이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서 휴식형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라남도 화순군에는 오래된 자연과 지금을 잇는 명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세량제는 맑은 물 위에 그날의 구름과 숲이 고스란히 내려앉는 곳, 흐린 날이면 잔잔한 호수와 그 너머 무심한 숲의 그림자가 한 폭의 수묵화 같다. 화순적벽관광지문화유적은 강과 절벽, 고요한 탐방로까지 오래전 문인들의 감탄을 오늘의 산책자가 고스란히 향유할 수 있는 명소다.

 

“흐린 오후 화순에 오면 풍경이 더 깊어진다”는 명상 여행가 한정수는 “색채가 줄면서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고, 빠르게 달리던 생각이 잠시 멈추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천년고찰 운주사, 개미산 전망대, 무등산 양떼목장 등도 햇볕이 강하지 않아 산책과 휴식, 가족단위 피크닉에 제격이라는 평이 많다.

 

여행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도 “흐린 날이 더 운치 있다”, “조용하고 부드러워서 가족끼리 쉬기 좋아졌다”는 글이 늘고 있다. ‘맑은 날만 여행하기’에서 벗어나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얼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취향이 반영된 변화다.

 

사소하지만 확실한 힐링, 빠른 속도보다 조금은 느린 감성. 이제 화순의 풍경은 햇살이 강해도, 구름이 많아도 각자의 방식으로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날씨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여행지에서 머무는 우리의 마음가짐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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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세량제#적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