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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합의 조속 이행” 위성락, 워싱턴 행…대북 공조 재정비 나선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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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둘러싼 외교 라인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내주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공조와 정상회담 합의 이행 방안을 놓고 고위급 협의에 나선다.

 

9일 현지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위성락 실장은 오는 16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측과 한미 고위급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은 최근 한미 정상 간 합의가 담긴 공동 팩트시트 이행 문제를 중심 의제로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방미 기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원자력, 조선, 핵추진잠수함 등 전략 산업과 안보 분야 협력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간 회담에서는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신속히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뜻을 모았다. 두 나라는 원자력, 조선, 핵추진잠수함 등을 포함한 핵심 의제를 놓고 분야별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 안보 라인에는 이미 세 개의 태스크포스가 꾸려진 상태다. 안보실에는 농축 우라늄 관련 태스크포스, 핵추진잠수함 태스크포스, 국방비 예산 태스크포스가 구성돼 미국 측과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위 실장은 워싱턴 협의에서 이들 협의체가 조속히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트럼프 행정부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위 실장의 방미 일정에는 대북 정책 공조 논의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공통 목표로 설정해 왔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의제로 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대화 재개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는 현실적 유인과 압박 조합을 찾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베이징 방문을 준비 중인 점도 변수로 꼽힌다.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이를 계기로 북미 대화 재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미중 정상외교가 한반도 정세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위 실장은 지난 7일 열린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해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발언에서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방미에서 정부가 구상하는 남북대화 재개 로드맵을 미국 측에 공유하고, 제재와 대화 조합, 인센티브 구조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을 둘러싼 협의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우선순위를 담은 국가안보전략은 1기 때와 달리 한반도 비핵화나 북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워싱턴 외교가와 서울 안보 당국에서는 북한 문제가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위 실장은 방미 기간 이 국가안보전략의 기조와 한반도 정책 방향을 두고 미국 측과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의 전략적 조정 과정에서 북한 문제가 어느 수준까지 다뤄질지, 또 남북대화 추진과 어떻게 조율될지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한미가 정상회담 합의를 실질적 이행 단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북한 비핵화와 남북대화 재개라는 이중 과제를 어떻게 병행할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높이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의 평화공존 프로세스 추진에도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위성락 실장의 방미 결과를 토대로 대북 정책과 한미 안보 협력 구상을 다듬고, 내년 남북대화 재개 전략을 본격 정비할 계획이다. 한미 양국이 워싱턴 협의에서 어떤 절충점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평화 프로세스의 속도와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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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트럼프#한미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