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 권력도 정부 권력도 없다"…나경원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심판 선거"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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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6·3 지방선거를 두고 이재명 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다. 여당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확보한 12개 시·도지사 직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조직 결집에 나섰다.

 

국민의힘 나경원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정권 심판이자 대안 제시"의 성격으로 규정했다. 나 단장은 "검찰청 해체 등으로 그간의 시스템이 무너졌고 환율 문제를 비롯해 바닥 경제는 굉장히 어렵다"며 "내년 지방선거 때쯤 되면 국민 삶이 좋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단장은 선거 목표와 관련해 "2022년 승리했던 지방선거 결과를 가급적 수성하는 게 기본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우린 국회 권력도, 정부 권력도 없다"고 전제한 뒤 "이 상태로 가면 이재명 정부 남은 임기 동안 싸울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뿐 아니라 모든 시·도지사와 군수, 구청장들이 세력을 결집할 진지가 돼야 한다"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전략과 관련해 나 단장은 "정부가 잘하는 건 칭찬하되 잘못된 부분은 매섭게 비판하고 좋은 후보를 통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를 내고 국민이 신뢰할 후보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당내 논란이 이어지는 공천 룰 개편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투표 비율을 기존 50에서 70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나 단장은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는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수보다 적다"며 "당세가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면 민주당의 개딸 문화로 역선택이 발생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나경원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룰 개편'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나 단장은 "당심 반영비율 상향은 당세 확장을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이라며 "혹시라도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다면 제가 참여하는 경선엔 기존 룰인 50대 50을 적용하겠다고 이미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색안경 쓰고 보지 않게 진정성을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심 비중 확대에 따른 폐쇄성 우려를 상쇄하기 위한 장치도 제시했다. 나 단장은 "청년에게 기회의 문을 넓혔다"며 "17개 시도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는 최우선 당선권에 대국민 오디션으로 선발된 청년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또 "당협별로 청년 1명은 반드시 공천해야 한다는 원칙도 정했다"며 "획기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핵심 격전지로 꼽히는 인천 계양을과 충남 아산을 재보궐 전략에 대해서는 난도를 높게 평가했다. 나 단장은 "둘 다 녹록지 않은, 굉장히 어려운 자리"라고 진단하면서 "당을 위해 희생·헌신할 분이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양지를 좇는 분은 늘 양지를 좇고 음지는 다들 마다하는 세태인 것이 아쉽다"고도 했다.

 

여권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전 대표의 재보궐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을 당원과 국민에게 넘겼다. 나 단장은 "당원과 민심에 맡기면 된다"고 짧게 언급했다. 그는 "당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문호를 개방하고, 위에서의 전략공천보다 아래로부터의 공천을 통해 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상향식 공천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신당 변수로 떠오른 개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나 단장은 "큰 틀에서 길을 같이할 수 있는 세력이면 서로 윈윈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위적인 야합은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당은 우리 당으로서 더 많은 민심을 얻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두고 국민의힘이 정권 심판론과 조직 수성 전략을 병행하면서 정치권 공방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향후 공천 룰 확정과 후보 발굴 작업을 병행하고, 각 지역별 맞춤 전략을 마련해 다음 회기 국회 일정과 연동된 선거 체제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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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국민의힘#지방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