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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커뮤니티 모금 플랫폼”…아파트, 경비원 유족 지원 나선 의미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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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커뮤니티 플랫폼이 아파트 단지 같은 생활공간에서 상호부조 문화를 바꾸고 있다. 부산 수영구의 한 단지에서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관리사무소 직원을 위해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으면서, 온라인 공지와 메신저, 커뮤니티 앱을 매개로 한 소규모 기부 인프라의 역할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은 의료비 부담과 같은 생활 밀착형 위기 상황을 빠르게 공유하고, 참여 장벽을 낮추는 도구로 활용되면서 향후 디지털 기반 마을 커뮤니티 서비스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수영구 광안SK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2014년부터 약 11년간 근무한 조강우 경비반장이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지난 10월 퇴직하자, 치료비와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모금 운동을 추진했다. 모금 과정에서는 단지 내 공지방송과 게시판뿐 아니라, 단지별 메신저 단톡방, 온라인 커뮤니티 등 디지털 채널이 병행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민들은 이달 1일부터 조 경비반장의 상황을 공유받고 계좌 이체 등 비대면 방식을 통해 성금 참여에 나섰다.  

모금이 시작된 지 하루 뒤인 2일, 조 경비반장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별세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는 모금 중단을 공지했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을 통해 소식이 빠르게 확산된 뒤였고, 입주민들은 “고인의 헌신에 보답하자”는 의견을 공유하며 참여 의사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동안 45세대가 동참해 352만원의 성금이 모였고, 입주자대표회의는 8일 유족에게 전달했다. 유족은 디지털 공지 채널을 통해 “고인을 기억해 주고 마음을 나눠주신 모든 입주민께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례는 대형 모금 플랫폼이 아닌, 아파트 단지라는 제한된 물리적 공간 안에서 디지털 소통 도구를 활용해 빠르게 합의와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관리자 측은 “10년 넘게 단지의 안전을 지켜준 분께 작은 보답을 하고자 모금을 추진했다”며 “문자 공지, 모바일 메신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식을 안내했고, 생각보다 많은 세대가 짧은 기간 안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폐쇄형 온라인 네트워크가 물리적 이웃 간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할 때, 실질적인 상호부조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향후 지역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비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대장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서 치료비 부담은 가계에 큰 충격을 주는 요인인데, 생활권 단위에서 환자 정보와 지원 필요성을 투명하게 공유하면 소액 참여를 통한 커버리지 확대가 가능해진다. 다만 개인 건강정보 보호와 정보 노출 범위, 참여 강요 논란을 피하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로컬 커뮤니티 앱과 결합된 의료비 모금 플랫폼이 상용화돼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질환 정보, 치료 경과, 사용 내역을 데이터화해 참여자에게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도입하면서 기부 신뢰도를 높여왔다. 국내에서도 비대면 진료, 디지털 치료제 등과 더불어, 생활권 커뮤니티와 연계된 소규모 헬스케어 지원 플랫폼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부산 수영구 사례를 접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주민들의 마음은 전달됐기를 바란다”, “이런 단지가 진정한 고급 아파트”라는 반응을 남겼다. 산업계와 정책 당국은 이처럼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디지털 상호부조 문화를 어떻게 제도권 금융과 복지, 헬스케어 서비스와 연계할지 고민하고 있다. 기술과 데이터가 이웃 간 연대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때,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시장의 새로운 성장 축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러한 생활밀착형 디지털 기부 모델이 제도와 윤리 기준 안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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