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용자 누구냐”…김건희 여사 ‘건희2’ 논란, 비서-특검 법정 공방 격화

소위 ‘건희2’ 휴대전화의 실사용자를 두고 김건희 여사의 재판에서 증인과 특검이 거친 공방을 벌였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공판에서, ‘건희2’의 실사용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쟁점이 집중적으로 다뤄지며 이날 재판 분위기가 긴장감 속에 고조됐다.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개인 번호가 많이 알려져 새 번호를 개통했다. ‘건희2’는 본인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관련 진술과 녹취록을 근거로 “정 전 행정관의 주장은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김 여사가 실사용자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거짓 진술 시 위증죄 처벌 가능성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고 엄중히 밝혔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녹취록에서 “이 번호는 비밀리에 쓰는 번호”, “문자와 전화를 아무 때나 달라”고 말한 부분을 근거로 사용자의 실체를 거듭 추궁했다. 정 전 행정관은 “한두 번 정도 제 번호를 김 여사가 빌려 통화한 적이 있었을 뿐”이라며, “실제 이 번호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자 특검은 “진술이 변했다”고 지적했고, 재판부 역시 “언성을 높이지 말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또한 특검팀은 ‘건희2’ 연락처로 대선 이후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청와대 채용 명단을 보내고, 이 연락처에서 “이력서를 부탁한다”는 답변이 돌아온 사실을 공개했다. 정 전 행정관은 “이 내용은 김 여사에게 전달하지 않고, 출력 후 인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영부인을 보좌하는 비서라면 당연히 보고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정 전 행정관은 “전성배가 이 번호를 영부인 것이라 착오한 것으로 보인다”며 거리를 뒀다.

이 과정에서 전성배 씨가 보낸 메시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인데 반말로 연락해 무례했다. 악성 민원 문자로 생각했다”고 정 전 행정관은 진술했다. 재판부는 “전성배가 언론에 많이 노출된 인물인데 전혀 몰랐냐”며 추가로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증언에서 정 전 행정관은 “김 여사가 샤넬 구두를 신은 것은 한두 번 본 적 있다”며, 샤넬 브랜드 가방이나 목걸이에 대해서는 “착용한 적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통일교 측과 김 여사 간 샤넬 가방·신발·목걸이 수수 의혹 관련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현장에서 실사용·착용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이 밖에도 유 전 행정관의 증인 불출석이 이어지면서 법정 증언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판부는 유 전 행정관을 26일 재소환하고, 불출석 시 과태료와 구인영장 청구를 예고했다. 특검은 같은 날 통일교 측 인물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병행할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건희2’ 실사용자 논란이 단순 사적 번호 사용을 넘어, 영부인 사적 업무 및 인사청탁 의혹과도 직결되는 만큼 파장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법원은 추가 증인 신문을 통해 의혹 해소에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