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3D 스크린…칼리버스, 앱·필름로 XR 대중화 노린다
기존 2D 영상이 인공지능을 통해 손 안에서 3D 입체 화면으로 바뀌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칼리버스가 스마트폰용 3D 필름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내놓으며, 별도 고가 장비 없이도 확장현실 체험을 할 수 있는 개인형 3D 디스플레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기반 XR 대중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칼리버스는 23일 기존 2D 영상을 실시간 3D로 변환하는 칼리버스 3D 앱과 전용 3D 필름 쓰리디즘 글라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초기 지원 기기는 아이폰 16 시리즈로 한정했다.

쓰리디즘 글라스는 무안경 방식 3D 구현에 활용되는 광학 프리즘 구조를 적용한 특수 필름이 핵심이다. 스마트폰 화면 위에 부착된 필름이 좌우 눈에 서로 다른 시차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전통적인 안경형 3D 디스플레이와 달리 별도 안경 없이 스마트폰 자체를 3D 스크린으로 전환하는 점이 차별점이다.
칼리버스는 이 필름에 9H 경도의 강화유리를 결합해 일상적인 보호필름 역할도 겸하도록 설계했다. 3D 콘텐츠를 보지 않을 때는 일반 2D 콘텐츠의 해상도 저하를 최소화해 선명한 화면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기존 보호필름을 대체하는 수준의 설치만으로 3D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칼리버스 3D 앱은 이 하드웨어 필름과 결합해 소프트웨어 측에서 입체 효과를 완성한다. 앱은 스마트폰 앨범과 연동해 사용자가 별도 편집 과정 없이도 저장된 모든 동영상을 AI 기반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뒤, 깊이 정보와 시차를 추정해 즉시 3D 형태로 변환한다. 기존 연구·상용 솔루션들이 사전 렌더링이나 서버 연산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일상 촬영 영상까지 실시간 변환을 표방해 활용 영역을 넓힌 것이 특징으로 보인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방송사와 연계한 전용 영상도 제공한다. 칼리버스는 지상파 방송사와 협력해 쇼 음악중심 현장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무대를 직접 촬영한 3D 전용 프리미엄 영상을 앱 내에서 서비스한다. 스테이지와 객석의 거리감, 무용수의 동선 등을 입체감 있게 재현해 팬덤 중심의 K팝 3D 시청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향후에는 파트너사 콘텐츠도 웹 브라우저를 통해 3D로 시청할 수 있는 기능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별도의 앱 다운로드 없이 웹 환경에서 3D 렌더링을 지원하면, 커머스나 게임 트레일러, 스포츠 하이라이트 등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연동될 경우, 제품 실물을 손에 들여다보는 것에 근접한 입체 뷰를 제공하는 등 3D 쇼핑 경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출시 전략은 애플 생태계부터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칼리버스는 현재 아이폰 16 시리즈 전용으로 3D 필름과 앱을 제공하고 있으며, 내년 1월에는 아이폰 15 및 17 시리즈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까지 적용 기기를 넓혀 모바일 3D 서비스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양한 해상도와 화면 비율, 패널 특성을 가진 안드로이드 기기까지 확장할 경우, 광학 필름 패턴과 소프트웨어 보정 알고리즘의 정교한 최적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XR 헤드셋, 홀로그램형 디스플레이, 3D TV의 명멸을 거치며 입체 영상 시장이 재편되는 중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메타버스·XR 기기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칼리버스처럼 스마트폰을 활용한 경량형 3D 솔루션은 가격과 접근성 측면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용 필름과 앱 설치, 안구 피로도, 콘텐츠 수급 등은 사용자 경험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향후 규제나 표준 측면에서는 3D 시청에 따른 시력 보호 가이드라인, 어린이 이용자에 대한 권고 기준, 앱 내 데이터 처리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논의도 병행될 수 있다. 또 방송·OTT·게임 등 기존 영상 제작사가 3D 전용 혹은 3D 최적화 버전을 별도로 제작할지, 소프트웨어 자동 변환에 의존할지도 산업 생태계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규 칼리버스 대표는 이번 칼리버스 3D 앱과 필름 출시를 통해 고가의 XR 장비가 없이도 누구나 일상에서 고품질 3D 미디어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칼리버스의 선택이 모바일 3D와 XR 대중화의 촉매가 될지, 또는 니치 시장에 머무를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