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으로 AI 데이터센터 짓는다”…미국 빅테크, SPV·네오클라우드 동원한 투자 확산과 거품 논란
현지시각 기준 15일, 미국(USA) 뉴욕에서 보도된 분석에 따르면 메타플랫폼(메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USA) 주요 정보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서 특수목적법인(SPV)과 신생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부담을 자체 재무제표에서 떼어내 외부 투자자와 신생 기업에 전가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타는 미국(USA) 루이지애나주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베녜 인베스터’(베녜)라는 SPV를 설립했다. 현지시각 기준 15일 공개된 구조를 보면, 실제 데이터센터의 소유권은 메타가 아닌 베녜에 귀속되고, 베녜가 발행하는 채권이 건설 자금 조달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메타는 베녜와 4년 만기 리스 계약을 맺고 해당 시설을 임차하는 형태로 이용하면서, 리스료를 운영비로 처리해 재무상태표에 장기 부채를 직접 올리지 않는 방식을 채택했다.

채권 발행과 유통에는 중간 금융기관들이 깊숙이 개입했다. 메타는 채권 매매 업무를 블루아울 캐피탈에 위탁했고, 블루아울은 핌코를 통해 2049년 만기 베녰 채권을 보험사, 연금 펀드, 각종 기금 운용 기관에 판매했다. 메타는 이 과정에서 자금 조달과 채권 유통을 담당한 블루아울에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 즉 웃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 같은 복잡한 구조가 메타에 재무지표상 부채 부담 축소와 외부 자본 활용 확대라는 이중의 이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잭스인베스트먼트 리서치 소속 주식 분석가 앤드루 로코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메타 전략의 핵심은 ‘남의 돈’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메타는 AI 수요가 꺾이거나 전반적인 사업 환경이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2033년을 기준 시점으로 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발을 뺄 수 있는 계약상 선택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자금 조달을 주도한 블루아울은 메타가 철수할 경우 새로운 사업자를 찾거나 프로젝트 자체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까지 계약 구조에 담았다.
SPV 구조와 더불어, 빅테크는 이른바 ‘네오클라우드’로 불리는 신생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 공급 업체와의 계약을 활용해 AI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다. MS 등은 직접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신, 네오클라우드 업체의 설비를 장기로 임대해 쓰는 방식을 확대하면서, 이 지출을 설비투자(CAPEX)가 아니라 일상적인 운영비(OPEX)로 처리하고 있다. 투자자가 보는 재무제표상 고정자산과 부채의 급증을 피하려는 의도가 깔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NYT 보도에 따르면 MS는 올해 9월, 네오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와 약 170억달러(약 25조1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10월에는 영국(UK) 기반 네오클라우드 업체 ‘엔스케일’과 230억달러(약 33조9천억 원) 규모 장기 거래를 연달아 성사시켰다. 단기간에 두 건의 대형 계약이 체결되면서, 네오클라우드 부문이 기존 클라우드 시장의 변두리 역할에서 벗어나 AI 전용 인프라 공급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AI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코어위브(CoreWeave)도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 코어위브는 MS, 구글(Google), 오픈AI(OpenAI)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며 네오클라우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대신 회사 자체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코어위브의 조달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연 10%를 웃도는 고금리 조건으로 마련됐으며, 그만큼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NYT는 다수의 데이터센터 공급사가 실리콘밸리 안팎에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라는 점을 짚었다. 일부 업체는 비상장사로 남아 있으며, 자금 조달에서도 공개시장이 아닌 사모 대출 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재무 건전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정보 공개를 제한해, 시장 참여자들이 이들 기업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기술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등장한 SPV·네오클라우드 모델은 자본 효율 측면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과도한 레버리지와 정보 비대칭을 동반한 새로운 위험 구조라는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된 부채 상당 부분이 메타나 MS 같은 상장 대형 IT 기업이 아닌 별도의 법인과 신생 업체 장부에 쌓이면서, 표면상 재무 지표만으로는 전체 시스템 리스크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AI 거품론’의 근거로 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브리지워터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o-CIO) 그렉 젠슨은 최근 발언에서 빅테크들이 외부 투자자를 통해 AI 자본 지출을 충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점차 위험 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금리 수준과 투자 회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일부 프로젝트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금융·기술 시장에서는 이러한 AI 데이터센터 투자 방식이 다른 지역의 IT 기업과 인프라 공급 업체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AI 수요와 클라우드 경쟁이 이어지는 한, 대규모 자본 투입을 둘러싼 금융공학적 시도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향후 이 구조가 글로벌 IT 산업과 금융시스템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