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인 거래대금 40% 급감”…한국 암호화폐 시장, 글로벌 불확실성 속 관망 전환
현지시각 기준 11월 30일, 한국(Korea)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하루 거래대금이 전날보다 40% 이상 줄어드는 급격한 위축 현상이 나타났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파이코인 등 대표 코인이 일제히 약보합 또는 하락한 가운데 리플 XRP만 소폭 상승을 기록하며 종목별 차별화가 부각됐다. 미국(USA) 통화정책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 규제·입법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1월 30일 오전 8시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2조 4,785억원으로, 전일 대비 1조 8,031억원 감소하며 42.1% 급감했다. 전일의 급격한 가격 변동 뒤 단기 차익 실현과 관망세가 동시에 확산되며 시장 유동성이 눈에 띄게 위축된 것이다. 거래소별 비중은 업비트 1조 7,053억원(68.8%), 빗썸 7,141억원(28.8%), 코인원 458억원(1.8%), 코빗 132억원 순으로, 업비트·빗썸 양강 구도가 다시 확인됐다.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130/1764461420773_148394568.jpg)
거래 구조를 보면 메이저 코인보다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에 수급이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업비트 기준 거래액 상위 10개 종목은 1위 컴파운드(1,538억원, 28.94% 상승), 2위 리플 XRP(1,533억원, 0.83% 상승), 3위 슈퍼버스(1,137억원, 40.43% 상승), 4위 비트코인(1,059억원, 0.22% 하락), 5위 무비블록(934억원, 16.67% 상승), 6위 이더리움(812억원, 1.28% 하락), 7위 리스크(771억원, 23.44% 상승), 8위 테더(760억원, 0.13% 하락), 9위 오르카(477억원, 9.70% 하락), 10위 아이오에스티(353억원, 13.22% 상승)였다. 글로벌 시가총액 1·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거래액 순위 4·6위에 머문 반면, 단기 테마성과 고위험·고수익 성격의 알트코인이 상위권을 채우며 국내 개인투자자 수급 쏠림이 재확인됐다.
빗썸에서는 방어적 매매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은 1위 테더, 2위 리플 XRP, 3위 비트코인, 4위 무비블록, 5위 이더리움, 6위 리스크, 7위 아이리스, 8위 사하라에이아이, 9위 솔라나, 10위 파이버스 순으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와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 등 인지도가 높은 코인에 거래가 몰렸다. 업비트가 단기 변동성 매매 비중이 높은 반면, 빗썸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변동성을 일부 회피하려는 수급 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구성을 보면 메이저 코인 중심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위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리플 XRP, 비앤비, 유에스디코인, 솔라나, 트론, 도지코인, 에이다 순이다. 다만 국내 일일 거래대금 상위권에서는 이들 메이저보다 중소형 알트코인의 회전율이 높아,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과 국내 단기 자금 흐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국제 유동성 측면에서 코인힐스 집계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거래를 결제한 국가통화 비중은 미국 달러가 6조 387억원(92.80%)으로 압도적이었고, 일본(Japan) 엔이 1,958억원(3.01%), 한국 원이 1,526억원(2.35%), 유로가 444억원(0.68%)을 차지했다. 원화 비중은 3%를 밑돌며 한국 시장이 글로벌 현물 시장에서는 주변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내 가격과 수급이 미국 달러화 기반 현·선물 시장에 크게 종속되는 구조라는 점도 다시 부각됐다.
가격 흐름을 보면, 업비트 기준 11월 29일 비트코인은 1억 3,604만원으로 전일 대비 0.22% 하락했다. 지난 50일 동안 10월 12일 고점 1억 7,383만원에서 11월 22일 저점 1억 2,733만원까지 조정을 받았고, 최근 시세는 저점 대비 약 6.8% 반등한 수준이다. 10월 고점과의 격차가 여전히 큰 만큼 중기 상승 추세가 재개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더리움은 4,482,000원으로 전일 대비 1.30% 내렸고, 10월 13일 6,314,000원에서 11월 21일 4,163,000원까지 밀린 뒤 소폭 회복 중이다. 도지코인은 223.0원으로 1.33% 하락했으나 50일 저점 210.0원 대비로는 6.2% 상승한 수준이며, 10월 13일 고점 319.0원에 비해 회복 폭이 제한적이다. 파이코인은 357.0원으로 전일보다 3.4% 떨어져 대표 메이저와 같이 조정 흐름을 보였다.
반면 리플 XRP는 3,293.0원으로 전일 대비 0.80% 상승하며 메이저 중 유일하게 일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10월 26일 3,916.0원에서 11월 22일 2,930.0원까지 조정받은 뒤 저점 대비 약 12.4% 반등한 상태로, ‘역주행’ 흐름이 두드러진다. 시장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의 장기 소송이 합의로 정리되며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 복수의 리플 XRP 현물 ETF 출범과 네트워크 활용도 확대 기대가 맞물려 단기 수급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금융 환경 변화는 국내 코인시장에도 직접적인 파급을 주고 있다. 11월 들어 글로벌 코인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이후에도 향후 금리 경로가 재차 불투명해지면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했다. 연준은 9월 첫 금리 인하로 목표금리를 4.00~4.25%로 낮췄지만, 10~11월 물가·고용 지표가 혼재되며 추가 인하 시점과 속도를 둘러싼 전망이 잇달아 뒤집혔다. 이 과정에서 국채 금리와 실질금리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위험자산 전반에서 ‘리스크 온’과 ‘리스크 오프’가 번갈아 나타났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미국 기술주와 동조화된 약세와 단기 반등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였다.
ETF 자금 흐름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상장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는 11월 중순 이후 한 달 동안 30억~35억달러 규모 순유출이 발생했다. 일부 대형 ETF에서는 월간 20억달러 이상 자금이 빠져나가며 전월 강한 순유입 흐름을 상당 부분 되돌렸다. 11월 20일 전후 하루 약 9억달러 순유출이 기록되며 올해 두 번째로 큰 일간 자금 이탈이 나타났고, 이 시점을 기점으로 비트코인 현물 가격이 수개월 만의 저점 구간까지 밀려났다. ETF 환매와 함께 선물·옵션 시장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더리움 역시 미국 현물 ETF에서 8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집계되는 등 기관 수요 둔화가 확인됐다. 일부 디파이(DeFi) 프로젝트에서 보안 사고와 수익률 하락이 겹치며 단기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다만 캉쿤-데네브 업그레이드 이후 롤업 데이터 처리 효율과 가스비 안정, 디파이·토큰화 인프라 확대 기대가 유지되며 중장기 펀더멘털은 비교적 견조하다는 평가가 많다. 스테이킹 물량이 전체 공급의 약 30%에 이르는 구조는 유통량을 줄여, 급락 시 대형 투자자의 저가 매수를 유도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정책·규제 환경 변화도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다. 11월 20일 미국 하원에 제출된 ‘비트코인 포 아메리카’ 법안은 연방 세금을 비트코인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를 국가 전략 비트코인 준비금으로 축적하는 내용을 포함해 상징적 파장을 일으켰다. 비트코인을 단순 투자상품을 넘어 국가 재정 시스템 일부로 편입하려는 시도라는 해석과 함께 장기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동시에 증권거래위원회 수장 교체 가능성과 맞물려 디지털 자산에 대한 ‘혁신 우선·규제 완화’ 기대가 부각됐지만, 11월 말 뉴욕증권거래소 등 전통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완화에 반대 입장을 내며 견제 기류도 감지됐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정책 환경은 단기적으로 가격의 뉴스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 달간 코인시장을 흔든 공통 요인을 △통화정책 경로 재평가에 따른 실질금리 불확실성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자금 유출로 강화된 ‘리스크 자산’ 인식 △파생상품 시장 레버리지 청산에 따른 변동성 증폭 △미국 규제·입법 환경의 방향성 혼선 등 네 가지로 요약한다. 한국 시장의 거래대금 급감은 이 같은 글로벌 변동성이 누적된 뒤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관망 모드로 이동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국내에서는 단타 위주 회전 매매가 일부 알트코인으로 이동했고, 비트코인·이더리움·도지코인·파이코인 등 메이저 종목에서는 새로운 포지션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 기존 보유 물량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반대로 리플 XRP는 규제 리스크 해소와 ETF·결제 네트워크 확장 기대를 앞세워 메이저 중 유일한 일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재평가 기대주’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략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단기 투자자에게 레버리지 축소와 유동성 위험 점검을 제언한다. ETF와 파생상품을 통한 대규모 자금 유출입이 빈번한 만큼,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이 기술적 지지·저항선 인근에서 상·하방으로 빠르게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배율 선물·마진보다는 현물 위주, 손절·익절 가격을 사전 설정한 리스크 관리형 접근이 요구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금리 경로, ETF 자금 흐름, 규제·입법 방향이라는 세 가지 구조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질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ETF에서 순유입이 재개되며, 미국 규제가 제도권 편입을 전제로 예측 가능하게 정리될 경우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 등 메이저 코인의 펀더멘털이 다시 평가받을 여지는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만 그 전까지는 국내 거래대금 급감과 변동성 확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 비중 분산과 스테이블코인·현금 비중 병행을 통한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성이 유효한 대응 전략으로 거론된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미국 통화정책과 ETF 흐름, 규제 환경이 맞물린 이번 조정 장세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