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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AI 에이전트 전면에"…딥엘, 한국 데이터센터 검토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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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번역 전문 기업 딥엘이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으로 규정하며, 현지 데이터센터 구축 검토와 함께 언어 AI 포트폴리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국 기업과 직장인들이 번역 AI를 업무 인프라 수준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만큼, 딥엘이 데이터 주권 요구에 맞춘 인프라 전략과 에이전트형 AI, 실시간 음성 번역 솔루션을 앞세워 기업용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다국어 협업과 글로벌 비즈니스가 핵심 경쟁력이 된 상황에서, 딥엘의 행보가 언어 AI 기반 생산성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서울 강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를 딥엘의 고성장 지역으로, 일본을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한국을 가장 역동적인 시장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 직장인의 상당수가 이미 업무 과정에서 AI 번역을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 조사 기준으로 직장인 10명 중 약 7명이 AI 번역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90퍼센트 이상이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사용자 75퍼센트가 번역 속도보다 자연스러움과 정확성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어, 품질 중심의 언어 AI 경쟁이 본격화된 시장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한국의 디지털 기술 이해도와 도입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언어 AI를 도입해 글로벌 파트너와 더 깊이 있는 협업을 수행하도록 돕는 것이 딥엘의 핵심 미션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딥엘은 한국 시장에 특화된 제품과 파트너십, 고객 지원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서비스 현지화, 기업용 솔루션 최적화, 국내 파트너 생태계 확대 등을 통해 한국을 아시아 전략 거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데이터센터 전략에서도 한국을 별도 축으로 고려하는 기류가 드러났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일본 고객사 상당수가 데이터가 국경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 구조를 중시하는 등 데이터 주권 요구가 뚜렷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유사한 보안과 데이터 주권 수요가 본격화될 경우, 한국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 데이터 거점 분산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실제 데이터센터 설립 여부가 향후 딥엘의 공공·대기업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엘은 올해 한국에서 기업 및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확장하며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솔트룩스 이노베이션과는 다국어 번역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을 진행 중이며, 에티버스와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와의 제휴도 가시화됐다. KT는 자사 유료 구독 서비스에 딥엘 솔루션을 번들링 형태로 포함해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 고객과 개인 사용자가 별도 계약 없이 번역 AI에 접근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넓어지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딥엘은 언어 AI 포트폴리오의 축으로 에이전트형 AI 솔루션 딥엘 에이전트와 기업 맞춤형 언어 관리 플랫폼 커스터마이제이션 허브를 공개하고, 실시간 음성 번역 서비스 딥엘 보이스의 기능 업데이트 계획도 설명했다. 세 솔루션은 번역 품질과 생산성, 협업 경험을 동시에 높이는 구조를 지향하며, 언어 AI를 단일 기능이 아닌 통합 업무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딥엘 에이전트는 반복 업무 자동화와 문맥 이해를 결합한 자율형 AI로 제시됐다. 고객관계관리 시스템과 이메일, 프로젝트 관리 도구 등 다양한 업무 툴과 연동해 마케팅, 고객 응대, 재무 등 전사 업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단순 번역을 넘어 문서 작성, 응답 초안 생성, 다국어 고객 커뮤니케이션 지원 등 언어 중심의 사무 업무 전반을 담당하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사람이 검수하고 개입하는 휴먼인더루프 기능을 탑재해, 기업이 요구하는 정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겠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커스터마이제이션 허브는 기업 고유의 용어와 문체, 번역 메모리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브랜드 용어집과 스타일 가이드를 기반으로 번역 결과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부서별 또는 국가별로 분산돼 있던 언어 자산을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딥엘은 향후 기업별 스타일을 스스로 학습해 번역을 자동 커스터마이징하는 기능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언어 일관성이 중요한 제조, 금융, 게임, 소프트웨어 등 산업에서 기업용 언어 인프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실시간 음성 번역 솔루션 딥엘 보이스는 이날 행사에서 라이브 시연을 통해 공개됐다. 딥엘 보이스는 화상 회의 플랫폼에 실시간 통합되는 음성 번역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줌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주요 화상 회의 솔루션과 연동해, 회의 도중 실시간 음성 번역과 회의록 자동 저장 기능을 지원하고 35개 언어를 커버하고 있다. 딥엘은 향후 개발자와 기업을 위한 API 제공과 음성 간 통역 기능 출시를 예고하며, 글로벌 온라인 회의 환경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실시간 음성 번역 고도화 방향에 대해, 의미 전달 정확도를 넘어 인간 대화 특유의 뉘앙스와 화법을 반영하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국어 소통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대화 경험에 최대한 가깝게 구현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 줌과 팀즈 등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딥엘 보이스를 활용한 누적 회의 수는 약 6만 회, 누적 사용 시간은 300만 분 규모에 이르렀다고 소개하면서, 실사용 데이터 확보와 품질 개선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어 지원 범위 확대 로드맵도 제시됐다. 딥엘은 올해 말까지 70개 언어를 추가해 100개 이상 언어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에는 모든 유럽연합 공식 언어뿐 아니라 힌디어, 말레이어를 비롯한 주요 아시아 언어가 포함된다. 여기에 2026년에는 이미지 내 텍스트를 인식해 번역하고, 번역 결과를 이미지 형태로 다시 렌더링하는 이미지 번역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다. 텍스트를 넘어 음성, 이미지까지 아우르는 멀티모달 번역 체계로 확장해, 다양한 콘텐츠 형식에 대한 언어 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이러한 기능 확장이 단어 수준 번역에서 모든 형식의 정보를 아우르는 멀티모달 번역으로 가는 중대한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딥엘 에이전트에 대해서는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하며 사람과 협업하는 지능형 에이전트 시대를 여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AI를 사람이 새로 익혀야 하는 하나의 언어이자, 앞으로 함께 일할 파트너로 규정하며, 개인과 팀, 조직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핵심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초거대 언어 모델 기반 범용 AI와 특화 언어 AI 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딥엘은 번역과 다국어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한 전문 기업으로 포지셔닝해 기업용 시장에서 차별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빅테크 플랫폼과 통신사, 번역 솔루션 업체들이 잇따라 협력을 모색하는 만큼, 데이터센터와 언어 라인업 확대, 에이전트형 AI 전략이 향후 시장 주도권 경쟁에 어떤 변수를 제공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산업계는 딥엘의 언어 AI가 한국 시장에서 실제 생산성 도구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데이터 주권과 인프라 전략이 기업 도입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지를 주시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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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엘#야렉쿠틸로브스키#딥엘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