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의원 외교 12년, 100회까지 왔다"…국회아프리카포럼, 한-아프리카 새 10년 다짐

송우진 기자
입력

의원 외교 현장에서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역할을 해온 국회아프리카포럼과 정부의 아프리카 외교 라인이 맞붙었다. 12년간 이어진 포럼 활동과 최근 강화되는 한-아프리카 협력이 맞물리면서 향후 정국에서 대아프리카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아프리카포럼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100번째 모임을 열고 한-아프리카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호영 국회 부의장,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조현 외교부 장관, 주한 아프리카 외교단장인 샤픽 하샤디 주한 모로코 대사를 비롯해 여야 현역 의원 19명을 포함한 65명이 참석했다.

포럼 회장인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기념 오찬 간담회 인사말에서 지난 활동을 되짚으며 포럼의 위상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년 동안 활동하며 정부와 학계,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외교 플랫폼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 100번째 포럼은 포럼 회원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꾸준히 듣고, 배우고, 이해하고자 했던 소중한 노력의 결실이자 한-아프리카 협력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헌승 회장은 향후 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국회아프리카포럼은 앞으로 아프리카와의 중장기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의회 간 정책 교류 활성화, 미래협력 의제 발굴 등 협력의 방향을 설계하는 포럼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차원의 의원 외교를 제도화하고, 정부 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회아프리카포럼은 2011년 국회의 작은 학습 모임으로 시작해 2013년 제19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 약 80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식 출범했다. 정치권에서 아프리카를 전면에 내세운 첫 포럼으로, 초대 회장은 당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맡았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설훈 전 의원이 바통을 이었다. 이날 두 사람은 나란히 오찬 건배사를 맡아 포럼의 출범과 성장 과정을 공유했다.

 

포럼은 그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아프리카 전문가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며 정책 논의를 이어왔다. 또 외교부 산하 한·아프리카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제공과 정책 제안 등 산파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럼이 학계·기업·정부를 한자리에 모으는 통로로 기능해 온 셈이다.

 

축사에 나선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아프리카와 한국의 역사적 인연을 상기하며 의회 외교의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아프리카는 에티오피아와 남아공이 6.25전쟁에서 우리나라를 도왔다"며 "우리도 아프리카를 먼 나라로만 여기던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 중심축인 아프리카와 의회 간 공식 교류에 힘쓰고 기후, 보건, 청년 교류 등에서 정부 정책을 보완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포럼의 지속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수많은 국회 포럼 가운데, 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100회 이상 지속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국회아프리카포럼은 정부·기업·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이 아프리카 각국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으며, 오늘의 한·아프리카 파트너십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을 구축해 왔다"고 말했다. 국회 내에서 특정 지역을 장기간 다뤄 온 포럼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정부도 포럼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대아프리카 정책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본인의 이력을 언급하며 아프리카 외교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저는 1980년대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세네갈에서 2년 근무한 적이 있다. 외교부 장관으로 이런 이력은 처음일 것"이라며 "국회아프리카포럼은 정책을 뒷받침하고 한·아프리카재단 출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등에 이르기까지 건설적인 국회-정부 협력 사례"라고 말했다.

 

조현 장관은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대아프리카 행보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한 상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다. 2주 전에는 남아공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앞서 이집트를 찾을 만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전례 없이 취임 첫해에 아프리카 대륙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아프리카와 협력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이고 G20에서도 지속가능 발전에 관한 아프리카 협력 프레임워크를 지지한다고 공언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는 이른바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세계 각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는 약 14억 명으로 평균 중위 연령이 19세에 불과하고, 전체 인구 가운데 25세 이하 청년 비중이 60%를 넘는다. 또 세계 광물 자원의 약 30%가 매장돼 있으며 희토류도 풍부해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이 시장과 자원 확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한국에도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와 정부, 외교단, 민간 인사들이 폭넓게 자리했다. 포럼 측에 따르면 김영채 한·아프리카재단 이사장, 샤픽 하샤디 주한 모로코 대사 겸 주한 아프리카 외교단장, 고웅석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장 등이 참석했다. 카메룬 출신 소리꾼 마포 로르(활동명 소율)는 판소리 흥부가 중 박 타는 대목을 선보이며 축하 공연을 진행했다.

 

여야 현역 의원 참석도 눈에 띄었다. 포럼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건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국민의힘 서일준·배준영·조배숙·김정재·이양수·김승수·김주영·김형동·정희용·김용태·임종득·조승환·한지아 의원, 조국당 강경숙 의원 등 총 19명이 함께했다. 정당 구도를 넘어 아프리카 의제에 초당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주한 외교단에서도 아프리카 각국 대사들이 직접 참석해 국회와의 연계를 강화했다. 첫 한국계 아프리카 대사로 알려진 최고조 주한 가나 대사를 비롯해 토골라니 마부라 탄자니아 대사, 압두 살람 디알로 세네갈 대사, 데씨 달키 두카모 에티오피아 대사, 아미라 아가립 수단 대사, 카이스 다라지 튀니지 대사, 에미 킵소이 케냐 대사, 신디 음쿠쿠 남아공 대사, 리예스 네이트-티길트 알제리 대사, 하젬 이스마일 자키 이집트 대사 등 11명이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포럼의 100회 모임을 계기로 의원 외교가 정부의 대아프리카 전략과 보다 긴밀히 연동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향후 외교통일위원회를 중심으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후속 조치와 한·아프리카재단 활동 등을 점검하는 한편, 국회아프리카포럼을 축으로 아프리카 각국 의회와의 교류 확대 방안을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송우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국회아프리카포럼#이헌승#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