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1.90% 급등해 3,994.93 마감…외국인·기관 매수에 사흘 만에 반등

박지수 기자
입력

2일 코스피 지수가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강세,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3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로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국내 증시는 3,990선을 회복하며 투자심리 개선 조짐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술주 강세와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 소식이 코스피 상승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56포인트 1.90 퍼센트 오른 3,994.9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18.72포인트 0.48 퍼센트 상승한 3,939.09로 출발한 뒤 장내 내내 오름세를 키우며 장중 고점 부근에서 장을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원 내린 1,468.4원에 형성돼 환율 부담도 다소 완화됐다.

코스피 1.90% 급등해 3,994.93 마감…반도체·자동차주 강세에 사흘 만에 반등
코스피 1.90% 급등해 3,994.93 마감…반도체·자동차주 강세에 사흘 만에 반등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천206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고, 기관도 3천92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1조5천764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이 3천982억 원을 순매수해 현물과 선물 모두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매와 연계된 외국인 선물 매수세가 지수 상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반등은 전날 뉴욕 증시 약세 흐름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앞서 미국 증시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중국 인민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불법으로 재차 규정한 여파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특히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졌고, 글로벌 증시 전반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된 상태였다.

 

국내 증시는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날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한 가운데, 간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1.65 퍼센트 상승하는 등 주요 기술주가 강세를 보인 점이 반도체주 중심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지난달 1일부터 소급 적용해 15 퍼센트로 인하하기로 공식 확인하면서 자동차 업종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관련 종목 강세가 지수 상승 폭을 키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공식 성명을 통해 11월 1일부터 한국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인하한다고 발표한 점을 언급하며 자동차 업종 반등이 코스피 상승에 추가 동력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의 금리 정상화 과정과 중국 금융 규제 강화가 글로벌 유동성 환경을 서서히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해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관련 발언은 국내 시장에 큰 파급을 주지 않았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스탠퍼드대학교 연설에서 경기에 대한 진단이나 통화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 증권업계는 파월 의장이 매파·비둘기 어느 쪽에도 명확히 치우치지 않는 발언 태도를 유지하면서 당분간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주에서는 반도체와 자동차 대표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3.72 퍼센트 상승하며 55만 원대를 회복했고, 삼성전자도 2.58 퍼센트 오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현대차가 4.52 퍼센트, 기아가 4.19 퍼센트 각각 상승했다. 2차전지 대표주 LG에너지솔루션도 0.48 퍼센트 오르며 강보합권 흐름을 나타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30 퍼센트, KB금융은 4.51 퍼센트 상승하는 등 일부 바이오·금융 대형주도 강세 흐름에 동참했다.

 

종목별로는 현대오토에버가 두드러졌다. 지난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방한했을 당시 공급받기로 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 물량 일부를 실제 인도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18.65 퍼센트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인프라 확충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반면 셀트리온은 0.86 퍼센트, 삼성물산은 0.88 퍼센트 하락했고, 고려아연은 3.58 퍼센트 떨어지는 등 일부 대형주는 차익 매물과 업종별 이슈로 약세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이 2.73 퍼센트 오르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운송장비 업종은 2.29 퍼센트, 금융 업종은 2.54 퍼센트 상승하는 등 대표 경기민감 업종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반면 헬스케어 업종은 2.54 퍼센트 하락했고, 금속 업종도 0.90 퍼센트 내리며 업종 간 차별화 양상이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전기전자·자동차·금융 등 수출과 금리에 민감한 업종으로 수급이 쏠리면서 경기 회복 기대가 일정 부분 반영됐다고 해석한다.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04포인트 0.65 퍼센트 오른 928.42에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다만 이날 상승률은 코스피보다 낮았고, 직전 이틀간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상대적 강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둔화했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보다 1.01포인트 0.11 퍼센트 낮은 921.37에서 출발해 장중 등락을 거듭하다가 장 후반 들어 상승 전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338억 원, 기관이 1천330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천416억 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2차전지 관련주인 에코프로비엠은 0.19 퍼센트, 에코프로는 1.18 퍼센트 상승해 강보합 흐름을 보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1.58 퍼센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4.47 퍼센트, HLB는 4.43 퍼센트 오르는 등 일부 바이오와 로봇 관련 종목이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펩트론은 글로벌 제약사 일리아릴리와의 플랫폼 기술 평가 본계약 체결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8.19 퍼센트 급락했다. 알테오젠은 3.87 퍼센트, 리가켐바이오는 1.99 퍼센트, 코오롱티슈진은 4.58 퍼센트 내리는 등 일부 바이오주가 약세를 보였다. 리노공업은 1.50 퍼센트, 케어젠은 5.98 퍼센트 하락하는 등 부품·바이오 종목 내 차별화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거래 동향을 보면 유동성은 비교적 풍부하게 유지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2조3천530억 원,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10조1천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을 합한 거래대금은 총 6조252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대체거래소 활성화가 전체 주식 시장 유동성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메인 거래소 중심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일본의 통화정책 결정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중국의 금융 규제 방향 등이 국내 증시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업황 기대와 자동차 관세 인하 효과가 지수 상단을 떠받치겠지만, 글로벌 금리 환경 변화와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 주 예정된 주요 해외 통화정책 회의와 국내 수출·물가 지표 발표로 쏠리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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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sk하이닉스#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