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빈틈도 없다"…정청래, 이재명과 국정 구상 한목소리 강조
당과 정부의 행보를 두고 불거진 갈등 기류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국정 구상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둘러싼 물음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정대(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원팀·원보이스로 굳건하게, 차돌같이 단결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이날 의총에서 정 대표는 사흘 전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저 만찬을 언급하며 당·정부·대통령실의 완전한 공조를 거듭 강조했다.

정 대표는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이 관저에서 주최한 만찬에 김병기 원내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의 논의를 전하며 "이 대통령과 장시간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당정대 간 바늘구멍만 한 빈틈도 없이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를 다 했고, 당의 생각과 대통령의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국정 과제 추진 방식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정 대표는 "우리 앞에 놓인 여러 가지 개혁 과제를 중단 없이 추진하되, 지혜롭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축구선수는 상대의 태클마저 피하면서 골을 넣듯, 우리 또한 그래야겠다"고 말해 강경함과 유연함을 함께 갖춘 전략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정 대표는 특히 당정 관계에 이견이 있다는 시각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당정대 간 이견은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못 박으면서 "의원님들이 그 부분에 대해 십분 이해하고 일치단결된 언행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사법개혁안이 통과될 때까지 조금 더 힘내자"고 촉구해 향후 국회 표결을 앞둔 기류 다잡기에 나선 모습도 보였다.
정 대표의 발언은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된 이른바 '당정 엇박자' 비판을 겨냥한 우회적 반박으로 풀이된다. 친이재명계 핵심 그룹으로 불리는 '찐명'(진짜 친명)계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당 운영을 노골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특히 이건태 의원과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은 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정 대표를 비판했고, 이를 명분으로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여권 지지층 일부에서는 정 대표가 이재명 정권 출범 초기부터 '자기 정치'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당내 1인 1표제 도입안이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지도부 장악력과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반면 지도부 주변에서는 이번 이재명 대통령 관저 만찬을 계기로 당과 대통령실의 정책 공조 체계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정 대표가 공개적으로 "바늘구멍만 한 빈틈도 없다"고 표현한 만큼, 향후 개혁 과제 처리 과정에서 당내 이견 표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사법개혁안 처리 문제가 정국 핵심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민주당 내부 결속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도부와 친명계 일부가 사법개혁·권력기관 개편 속도와 방식 등을 놓고 미묘한 간극을 보일 경우, 이재명 대통령 국정 드라이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일정을 통해 사법개혁안 처리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당정대 공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고, 여권 내 견제와 당내 노선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정청래 대표의 이날 발언을 기점으로 당정대 관계 설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