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1인 1표제 안 된다”…민주당 당원들 국회 앞 집회, 정청래 사퇴 요구
정당 내 권력 구조 개편을 둘러싼 갈등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맞붙었다. 이른바 1인 1표제를 둘러싼 내홍이 심화되면서 당원들이 거리로 나왔고, 정청래 대표 체제에 대한 불신도 노골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5일 1인 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당원들은 29일 국회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어 정청래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주최 측 추산 300여 명의 당원들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모여,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인 1표로 동등하게 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당심을 왜곡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 참석자는 집회에서 “우리는 1인 1표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준비됐을 때 하라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준비 없이 하는 짓은 신천지에 앞문을 열어주고 통일교에 뒷문을 열어주고 딴지의 댓글단이 와서 마음껏 농단할 수 있게 만드는 조작 선거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선거 제도 개편이 외부 세력 개입과 조직적 동원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셈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불투명하고 탈법적인 행태를 저지르는 정청래 대표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였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하라는 내란 종식은 안 하고 내년에 연임해 총선 때 당권을 쥐려는 게 그의 목표”라고 말하며, 정 대표가 내년 총선과 전당대회를 겨냥해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정청래 대표는 당권을 가진 대의원 중심 구조에서 권리당원 등 일반 당원 참여를 대폭 확대하겠다며, 이른바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해 왔다. 1인 1표제 도입은 이러한 기조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당헌·당규 개정으로 대의원제가 사실상 폐지될 경우 지역별 대표성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호남과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세지고, 영남 등 취약 지역은 과소 대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정 대표가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특히 친명계 모임 등 지도부와 가까운 세력까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은 계파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원칙적으로 당원 권리를 넓히는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개편 속도와 방식, 지역·조직 간 균형 장치 마련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겹쳐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판이 확산되자 당헌·당규 개정 의결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일주일 미루고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 지역·조직별 대표성, 외부 개입 차단 장치, 과도기 운영 방안 등을 두고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 앞 집회로 1인 1표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가시화됐다. 민주당은 내달 5일 전까지 추가 의견 수렴과 보완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