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매우 부적절했다"…김병기, 인사청탁 논란 문진석에 엄중 경고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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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탁 논란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대통령실이 맞붙었다. 여권 실세와의 문자 메시지에서 비롯된 파장은 도덕성 논란으로 번졌고, 민주당 안팎에서는 논란을 진화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숫자와 발언을 따라가 보면, 사태 확산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뒤따랐다.

 

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추천 문자로 논란을 빚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같은 날 김 원내대표의 조치 내용이 원내대변인과 수석부대표의 언급을 통해 확인되면서, 당 지도부가 사안의 무게를 의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병기 원내대표의 조치와 관련해 "엄중 경고만 들었고 문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따로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 그는 문진석 수석의 현재 상황에 대해 "예산협상 과정에서 며칠 무리해 몸이 안 좋은 상태라 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병기 원내대표가 전날 문진석 수석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책임자이시니까 엄중 경고로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이어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굉장히 부적절했던 것 같다. 앞으로 저희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제의 문자 메시지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공유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 차원의 징계 절차 착수 등 사태가 확대되는 상황은 경계하는 기류도 읽힌다. 당 지도부가 윤리감찰단 회부를 선 그으며 정치적 선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윤리감찰단 회부 가능성에 대해 "논의된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문자 내용과 관련해 "문자상으로 보면 문 수석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게 인사청탁을 한 게 아니다.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의 문자 행위를 부적절한 관행으로 보되, 범죄 혐의 수준의 사안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같은 당 김영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진석 수석과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간 친분을 언급하며 "(문자 메시지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비서관이 그런 인사 업무를 담당하거나 역할 하는 취지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사 라인 개입 의혹을 경계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실세론에도 선을 그었다. 김영진 의원은 김 실장이 현 정권의 핵심 실세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약간의 착각이 있지 않나"라며 "실제로 진행되지 않는 사안을 너무 과대 해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 역할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현희 의원도 다른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현지 실장의 역할을 두고 "인사에 대한 권한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 의원들과 가장 가깝게 또 친근감을 가지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논란이 된 문자 메시지에 대해서는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인사 전횡의 단서로 연결하는 해석을 차단했다.

 

대통령실 출신인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신중한 선긋기에 나섰다. 그는 라디오에서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에 당내 이견은 없다"고 하면서도, "도덕적·정치적·정무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의미이기에 범죄 혐의를 전제로 하는 윤리감찰단의 진상조사와는 결이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당 차원의 도덕적 경고 선에서 일단락하되, 법적·징계 절차로 비화하는 것은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박 수석대변인은 "문 수석이 원내운영수석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기에 그 직이 계속 유지될 것이냐는 질문이 결론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책임 있는 원내 요직을 맡은 인사로서 정치적 책임을 어디까지 져야 하느냐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문 수석의 거취 문제는 당의 향후 여론과 추가 논란 여부에 따라 변수로 남게 됐다.

 

논란의 발단이 된 사건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됐다. 당시 문진석 수석이 같은 대학 출신 인사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추천해달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보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김 비서관이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내용도 담겼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인사 라인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 실세 의혹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실은 전날 입장을 내고 내부 조치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음을 알린다"고 공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실이 공직 기강 문제로 사안을 규정하며 자체 경고를 단행한 셈이다.

 

한편 문진석 수석은 인사청탁 논란이 불거진 뒤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이어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도 연이어 불참했다. 당내외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식 해명이 지연되면서, 향후 기자회견이나 입장문 발표 형식이 주목된다.

 

민주당은 조만간 문진석 수석의 입장 표명과 함께 사안 정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향후 예산안 처리와 각종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번 논란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며, 여론 추이에 따라 원내지도부 인선 논의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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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문진석#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