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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글로벌 팬 잡는다” SOOP, 통합 플랫폼·e스포츠 확대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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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스트리밍과 e스포츠 산업의 확장 전략 한가운데로 들어오고 있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SOOP이 글로벌 서비스와의 플랫폼 통합, AI 서비스 고도화, 게임·프로게임단 제휴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며 내년을 기점으로 해외 시청자와 e스포츠 팬을 정조준한다. 이용자 경험을 AI 기반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글로벌 리그 다국어 중계와 스트리머 합동 콘텐츠를 결합한 생태계 전략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이 글로벌 e스포츠 미디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SOOP은 27일 서울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열린 2025 스트리머 대상 행사에서 2026년까지 이어질 중기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최영우 대표는 핵심 키워드로 플랫폼 통합을 통한 시너지, AI 서비스 고도화, 콘텐츠 제휴 및 지원 강화를 제시하며 “국내외 이용자와 스트리머가 하나의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플랫폼 통합이다. 지금까지 분리 운영해온 글로벌 서비스 SOOP 글로벌과 기존 SOOP을 내년 1월부터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한다. 최 대표는 “올해까지 SOOP 글로벌을 통해 많은 해외 유저와 스트리머가 참여했는데, 내년 1월부터는 글로벌과 기존 SOOP이 하나가 된 플랫폼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플랫폼에는 AI 자동 자막 번역 기능이 적용돼 주요 공식 방송뿐 아니라 스트리머 콘텐츠까지 다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한국어 중심 콘텐츠를 실시간 번역해 해외 팬과의 소통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전략의 축은 e스포츠 중계다. 최 대표는 최근 화제가 된 LCK 한국어 중계를 언급하며 “LCK뿐 아니라 LCP, LEC 등 다양한 해외 리그도 다국어 중계를 제공해 다른 나라 유저 유입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LCP와 LEC까지 포함하는 다지역 리그 중계는 AI 번역과 결합할 경우, 언어별 인력 확충 없이도 여러 언어로 경기 해설을 공급할 수 있는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그는 또 “국내와 해외 스트리머 간 공동 콘텐츠 등 합동방송을 원하는 스트리머가 있으면 지원하겠다”며 플랫폼 차원의 제작 지원과 매칭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I 서비스 고도화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SOOP이 자체 서비스로 운영 중인 생성형 AI 영상 제조기 SAVYG는 고품질 영상 합성 기술을 중심으로 업그레이드된다. SAVYG는 텍스트나 이미지, 짧은 클립을 입력하면 새로운 형식의 영상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도구로, 향후에는 해상도, 프레임 품질, 스타일 제어 정밀도를 높여 스트리머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 시간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AI 영상 비서 SOOP는 대화 품질 향상과 개인화 기능을 강화한다. 시청 기록, 채팅 패턴, 선호 장르 등을 반영해 추천 콘텐츠를 자동으로 큐레이션하고, 방송 일정 안내나 클립 편집 후보 추천 등 생산성 기능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유저 맞춤 비서로서 자연스러운 대화와 안내 기능을 강화해,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시청 경험 자체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스트리머 지원용 AI 매니저 SARSA는 자율형 매니저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다. SARSA는 스트리머 채널 운영 데이터와 시청자 반응을 분석해 편성 시간대, 이벤트 기획, 협업 제안 등을 자동 추천하는 솔루션으로, 향후 업데이트에서는 실시간 채팅 모니터링과 저작권 위험 감지, 후원·구독 전환 최적화까지 관리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방송 운영에 투입되는 반복 업무를 AI가 맡고, 스트리머는 기획과 콘텐츠 퀄리티에 집중하도록 돕겠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제휴 및 지원 강화 측면에서는 게임사, 프로게임단, MCN, 지자체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스트리밍과 e스포츠를 결합한 생태계를 확대한다. 최 대표는 “넥슨, 라이엇 게임즈 등 주요 게임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계정 연동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LCK와 FSL 개막 시점에 맞춰 연동 서비스를 선보이고, 1월부터 국내 7개 주요 프로게임단과 함께 SOOP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계정 연동을 통해 게임 내 보상, 시청 리워드, 전적 연동형 콘텐츠 등 이른바 게임 연계형 시청 경험을 구현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SOOP은 여기에 MCN과의 협업도 확대한다. MCN이 보유한 크리에이터 풀과 SOOP의 AI·e스포츠 인프라를 결합해, 스트리머 발굴 및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개발사들과의 연계도 예고했다. 신규 게임 출시 시점에 맞춘 공동 기획 방송, AI 리플레이 분석, 인터랙티브 방송 기능 등을 접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최 대표는 “지자체와도 제휴를 확대해 지역 기반 e스포츠 이벤트, 크리에이터 페스티벌 등 오프라인 행사와 온라인 방송을 연동하는 모델을 계속 실험하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트위치, 유튜브 등 빅테크 기반 플랫폼이 e스포츠 중계와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다. 특히 메이저 리그의 다국어 중계, 자동 클립 생성, 실시간 번역 등 기술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SOOP의 전략은 이들과 정면 승부하기보다, 국내 e스포츠 리그와 프로게임단, 게임사와의 밀착 제휴, 그리고 한국어 기반 AI 기술을 앞세운 ‘한류형 e스포츠 미디어 허브’로 차별화하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e스포츠 중계권 계약 구조, AI 번역 품질에 대한 리그와 팬들의 신뢰 확보, 저작권과 개인정보 보호 규정 준수, 국내외 방송 심의 기준 차이 등이 상용화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AI 자동 자막과 다국어 중계는 발언 맥락과 게임 용어를 정확히 반영해야 하기에,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과 전문 해설진과의 공동 튜닝이 필수로 꼽힌다.

 

플랫폼 통합에 따른 사용자 경험 재설계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통합 과정에서 로그인 체계, 구독·후원 시스템, 광고 정책 등이 바뀌면 기존 이용자의 이탈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시에 해외 이용자를 대거 유입시키려면, 결제 수단 다변화, 각국 통화와 언어 지원, 현지 규제 준수 체계도 병행 구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SOOP의 이번 발표를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이 AI 기반 e스포츠 허브로 전환을 시도하는 첫 단계로 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통합과 AI 고도화가 계획대로 구현된다면, 스트리머와 e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모델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결국 핵심은 글로벌 팬들이 찾아올 만한 독점 콘텐츠와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 확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SOOP의 통합 플랫폼과 AI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그리고 치열해지는 글로벌 스트리밍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축을 만들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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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p#최영우#savy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