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트랜스젠더 전환 중인 목사”…UMC 내 성소수자 포용 논쟁의 단면

임태훈 기자
입력

뉴욕의 한 연합감리교회(UMC) 목사가 주일 예배 중 자신이 트랜스젠더이며 여성으로 전환 과정에 있다고 공개 선언하면서, 성소수자 포용을 둘러싼 교계 논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이 장면이 알려지며 교단 내 변화와 갈등이 교차하는 현실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건은 최근 일요일 예배에서 발생했다. 뉴욕 노스 칠라이 연합감리교회에서 설교하던 필 파니유프(51) 목사는 회중을 향해 “나는 트랜스젠더이며 전환 중임을 기쁨으로 알린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여성 대명사(she/her)를 사용할 것이라고 알리며, “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남자인 척하던 삶을 멈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파니유프 목사는 새로운 이름을 필리파 페이 파니유프로 정했으나, 목회 현장에서는 계속 ‘필 목사’로 불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인들이 기존 습관대로 다른 대명사를 사용하더라도 “비난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자신에게 일어날 변화는 신체적·외형적 부분에 국한되며 “신앙과 사명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파니유프 목사는 약 3개월 전부터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부터 현재 교회에서 설교를 맡아왔으며, 이번 발표 이후 교회 안팎에서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파니유프 목사는 데일리메일에 보낸 이메일에서 “발표 이후 교인들은 매우 따뜻하게 나를 지지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는 앞으로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위해 ‘더 새비 앨라이(The Savvy Ally)’라는 책을 활용해 함께 학습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의 반응은 교회의 분위기와 달랐다. 파니유프 목사는 부모가 자신의 전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며, “부모가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교인들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교에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하며, 자신은 무성애자라고 밝히고 “평생 로맨스를 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선언은 최근 UMC가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포용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흐름 속에서 나왔다. UMC는 2024년 총회에서 LGBTQ+ 성직 금지 규정을 폐지했고, 교단 내 동성 결혼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교단 법전에 포함돼 있던 ‘동성애는 기독교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삭제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교단 내 오랜 논쟁 끝에 이뤄졌으나, 정책 시행 직후 일부 보수 성향 교회와 신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보도에 따르면 관련 결정 이후 100만 명 이상이 UMC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자들은 “교회가 소외된 이들에게 문을 여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반대 측은 “전통적 교리를 훼손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 개신교계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성소수자 목회자 안수와 동성 결혼 허용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져 왔다. UMC 역시 지역 연회와 교회마다 입장 차가 커, 일부 교회는 독자 노선을 택하거나 탈퇴를 선택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정책 변화가 현장 목회와 개별 신자의 삶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노스 칠라이 연합감리교회는 파니유프 목사의 발표 이후 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히고, 교인 대상 교육과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교단 본부 차원에서도 성소수자 관련 목회 지침과 갈등 조정 매뉴얼을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성소수자 당사자가 목회자이자 종교 공동체의 리더일 때, 개인의 정체성과 교리 해석, 신자들의 신앙 실천이 어떻게 충돌하고 조정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UMC 내부의 논의와 이탈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각 교회가 현장에서 어떤 포용과 대화를 선택할지가 향후 교단의 진로를 좌우할 전망이다.

임태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필파니유프#umc#트랜스젠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