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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어워드에 데이터 상 도입…라이엇게임즈, e스포츠 지표 경쟁 확산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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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가 단순 승패를 넘어 데이터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프로 리그 LCK를 주최하는 라이엇게임즈가 LCK 어워드에 세밀한 경기 지표를 반영한 후원사 특별상을 대거 신설하며, 경기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을 넓히고 있다.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골드 격차, 킬·데스·어시스트, 오브젝트 점유율과 같은 데이터를 상 체계에 연결해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 스타일과 기록이 새로운 마케팅 자원으로 부각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를 데이터 기반 e스포츠 비즈니스 모델 확장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1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CJ ENM 센터에서 LCK 어워드를 열고 올해 최고의 성과를 거둔 선수와 팀을 시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규 시즌 중 축적된 세부 경기 지표를 토대로 후원사 브랜드를 결합한 다양한 특별상을 준비해, 시즌 운영 과정에서 이미 수집된 데이터를 엔터테인먼트와 스폰서십 자산으로 재가공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데이터 연계 후원사 상은 구체적인 기록과 연결된다. 정규 시즌 동안 집계된 주간 골드킹 수상 횟수에서 최다를 기록한 선수에게는 우리은행이 후원하는 우리 원 뱅킹 골드킹 상이 주어진다. 골드 수급량은 분당 골드 획득량과 라인전 효율, 오브젝트 관리 능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이 상은 단순 화제성보다 효율적인 자원 운용 능력을 수치로 보여준 선수에게 돌아간다.

 

게임 내 대표 지표인 KDA 상도 별도 트로피를 통해 부각된다. KDA는 킬과 어시스트를 합산한 뒤 데스 수로 나누는 지표로, 공격 기여도와 생존 능력을 동시에 반영한다. 업비트 베스트 KDA 플레이어 상은 시즌 동안 해당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에게 수여된다. 단순 킬 수보다 팀 기여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계량화한 결과가 상과 직결된 셈이다.

 

오브젝트 관련 데이터도 스폰서십과 묶였다. 포스코는 핵심 오브젝트인 드래곤을 가장 많이 스틸한 선수에게 POSCO 판타스틸 상을 수여한다. 드래곤 스틸은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꾸는 고난도 플레이로, 정밀한 타이밍 계산과 시야 장악, 정글러의 스킬 정확도가 반영된 데이터다.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퍼스트 블러드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카스 퍼블 플레이어 상은 초반 라인전 지배력과 교전 설계 능력을 수치화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챔피언 운용 능력은 LG 울트라기어 최다 챔피언 픽 플레이어 상으로 표현된다. 이 상은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챔피언을 공식 경기에서 사용한 선수에게 돌아가며, 메타 변화에 대응하는 챔피언 폭과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다. 특정 챔피언 위주의 운영보다 패치마다 역할군을 바꾸며 팀 전략을 지원하는 선수에게 유리한 구조다.

 

개인 기량을 보여주는 데이터도 별도 시상 항목으로 분리됐다.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솔로킬을 만들어낸 선수에게는 모스트 솔로킬 상이 수여된다. 솔로킬은 추가 지원 없이 1대1 상황에서 상대를 제압한 기록으로, 라인전 실력과 교전 판단, 챔피언 이해도의 결합 지표로 해석된다. 최고 명장면을 연출한 선수에게 돌아가는 베스트 모먼트 상, 짧은 영상 형식으로 팬들의 반응을 모은 클립 주인공에게 돌아가는 베스트 쇼츠 어워드는 방송·클립 플랫폼에 축적된 콘텐츠 데이터를 시상 체계와 연결한 사례다.

 

올해는 정량 지표 외에 서사와 회복력에 초점을 맞춘 신규 상도 추가됐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성적 반등을 이뤄낸 선수에게 수여하는 리라이즈 상, 선수단 전체에 귀감이 되는 태도와 매너를 보여준 스포츠맨십 상이 그것이다. 팀과 선수 외에도 LCK 발전에 기여한 주체를 위한 공로상도 마련됐다. 모스트 솔로킬 상과 리라이즈 상에는 각각 로지텍과 시크릿랩이 부상을 제공해, 하드웨어·게이밍 체어 등 주변기기 업체의 e스포츠 마케팅 연계도 뚜렷해지고 있다.

 

LCK 어워드의 핵심 축은 여전히 리그 전통 시상이다. 한 해 최고의 성과를 거둔 선수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선수, 포지션별 올해의 탑·미드·바텀·서포터, 정규 라운드 MVP, 올 LCK 퍼스트 팀 시상 등이 함께 진행된다. 올해의 감독상과 생애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루키 오브 더 이어 시상도 준비된다. 이들 상 역시 승률, 라인전 지표, 팀 기여도, 시즌 성장 곡선 등 다양한 통계가 심사에 반영되며, 팀 단위 전략과 선수 육성 시스템의 성과를 수치와 스토리로 묶는 역할을 한다.

 

이번 어워드는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경기장 밖 플랫폼과도 연결된다. 시상식 현장은 유튜브 LCK 채널, 숲, 네이버 치지직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된다. 글로벌 스트리밍 데이터와 동시 접속자 수, 채팅 반응 등은 향후 시즌 운영 전략과 스폰서 집행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다. 다양한 플랫폼 동시 중계는 팬 접점을 넓히면서, 시청 패턴 데이터를 확보해 콘텐츠 편성, 광고 모델링, 해외 시장 전략 등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이번 LCK 어워드를 데이터 기반 리그 운영의 대표 사례로 본다. 실시간 전적·세부 지표를 상과 콘텐츠, 스폰서 브랜딩에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는 스포츠 테크 산업 전반에 시사점을 준다. 경기 데이터는 이제 리그 운영을 넘어 미디어 콘텐츠, 광고, 굿즈, 교육용 분석 도구 등 다양한 파생 상품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다만 데이터 기반 시상이 정량 지표가 낮은 포지션이나 팀 기여형 선수의 평가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잠재돼 있어, 향후에는 팀 내 역할, 보이지 않는 기여도 등을 반영한 고급 지표 개발이 과제로 남는다. e스포츠 산업계는 LCK가 축적한 경기 데이터와 시상 운영 경험이 향후 인공지능 기반 경기 분석, 선수 피지컬·멘탈 관리 솔루션, 팬 맞춤형 하이라이트 추천 서비스 등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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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게임즈#lck어워드#리그오브레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