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1년치 부동산 거래 신고 추진"…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법 개정 검토
정책과 부동산 시장이 만나는 지점을 놓고 정부와 고위공직자 사회가 다시 마주 서게 됐다.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전반을 들여다보는 제도 도입이 추진되면서 이해충돌과 투기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고위공직자가 매년 재산 변동 신고를 할 때 직전 1년간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부동산 거래내역 신고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내년 가능한 빠른 시기에 이런 내용을 반영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거래내역 신고제 도입은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공직자의 재산 형성과 거래 과정을 보다 상세히 드러내 공직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정무직과 1급 이상 고위공무원 등 일정 직급 이상의 공직자는 매년 재산 변동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주식과 가상자산의 경우 매매 등 거래 내역 전체를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부동산은 매년 12월 31일 기준 보유 현황과 그동안의 변동 가액만 밝히면 된다.
그러나 인사혁신처가 검토 중인 방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고위공직자는 1년 동안 발생한 주택과 토지의 전월세 계약 및 매매 계약 등 부동산 거래 내역을 모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단순한 보유 현황을 넘어 시기별 거래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는 특히 주요 부동산·도시개발·교통 인프라 정책 발표 전후의 거래 패턴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수립 과정에 관여한 공직자가 특정 시점에 매입이나 갭투자에 나섰는지 여부를 보다 쉽게 확인해 이해충돌 및 내부 정보 이용 투기 의혹을 조기에 걸러내겠다는 구상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다만 "다양한 안을 검토하는 단계로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침해 논란, 신고 의무 범위와 대상 직급 설정 등을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도입 필요성을 놓고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공직자 부동산 투기 차단과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며, 야당은 과도한 사생활 침해와 행정부 재량 확대를 우려하며 세부 설계 보완을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신고 의무 대상을 어디까지 확대할지, 신고 대상 거래의 범위를 얼마나 촘촘하게 규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부가 제도 구체화를 서두를 경우 내년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국회는 공직자 재산 신고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는 한편, 부동산 거래내역 신고제 도입 효과와 부작용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