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비서관”…임기훈 전 국방대 총장, 전역 닷새 전 정직 1개월

윤가은 기자
입력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국방 라인 문책을 두고 정치권과 군이 다시 마주 서게 됐다.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돼 온 임기훈 예비역 육군 중장이 전역 직전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징계 실효성 논란도 번지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1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임기훈 전 국방대학교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와 경위를 설명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임 전 총장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구체적인 징계 사유에 대해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정의무 위반 등을 열거했다는 설명이다.

군에 따르면 임 전 총장은 전역을 6일 앞둔 10월 31일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군인 징계는 견책, 근신, 감봉, 정직, 강등, 해임, 파면으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정직부터가 중징계로 분류된다. 정직 처분을 받으면 해당 기간 동안 직무가 정지되고 보수의 3분의 2가 감액되며, 추후 진급에도 제한이 따른다.

 

그러나 임 전 총장은 이미 전역이 임박한 상태에서 징계를 받은 탓에 실제 효력은 거의 없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정직 기간을 채우기도 전에 지난달 6일부로 군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는 사실상 ‘면피성 징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임 전 총장은 채수근 상병 순직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했다. 특히 채 상병 사망 이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를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당사자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이른바 ‘VIP 격노’가 있었다는 전언이 이어지며, 이후 수사 축소·은폐 의혹과 연결돼 정치적 파장이 커진 상황이다.

 

수사 과정에서도 임 전 총장은 핵심 인물로 다뤄졌다. 그는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특검에서 세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최종적으로는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형사 책임은 면했지만, 군 내부 징계 절차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등 위반 행위가 인정된 셈이다.

 

군 경력 흐름을 보면 인사 처리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 여지도 남는다. 사건 당시 소장 계급이었던 임 전 총장은 이후 중장으로 진급해 2023년 11월부터 국방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채 상병 사건 관련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뒤인 지난 9월 직무가 정지됐고, 10월 31일 중징계 처분을 받은 데 이어 11월 6일 전역했다. 징계와 전역이 엿새 간격으로 이어진 구조다.

 

국방부는 형사절차와 별개로 내부 징계 기준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채수근 상병 사건을 둘러싼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 논란이 여전히 정치권의 쟁점으로 남아 있는 만큼, 임 전 총장 징계의 형평성과 수위, 시점을 둘러싼 추가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채 상병 사건 관련 수사와 징계가 연이어 마무리 국면으로 향하면서 국회와 정부는 향후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대책, 군 수사 독립성 강화 방안 등을 놓고 추가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윤가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임기훈#채수근상병#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