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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고요히 걷는다”…의성에서 만나는 전통과 자연의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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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고요히 걷는다”…의성에서 만나는 전통과 자연의 쉼표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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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날씨에 의성으로 산책을 떠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직접 태양을 마주하지 않아도, 신기하게 자연과 전통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고요한 하늘 아래 걸음을 옮기는 시간은, 바쁜 일상의 숨을 고르게 만드는 안식처가 되고 있다.

 

이곳의 대표 여행지 중 하나인 의성조문국박물관에선 삼국시대 조문국의 이야기와 유물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실내외의 넉넉한 전시 공간에서 비와 햇살을 모두 비껴가며 천천히 역사의 결을 더듬는 여행자들이 많다. 구름이 껴 있는 날엔 내부가 오히려 더 포근하게 느껴진다는 후기도 이어진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경덕왕릉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경덕왕릉

밖으로 나서면 경덕왕릉과 조문국사적지의 고분군이 펼쳐진다. 바람이 유난히 서늘하게 불어오는 오후, 시간마다 색감이 변하는 들판을 걷는 것은 일종의 명상 같다. 미세먼지 걱정이 없다는 점도 산책객들에겐 사소하지만 확실한 위안으로 다가온다. 또, 자외선이 높은 시간대엔 오히려 은은하게 내려앉은 구름 덕분에 야외 유적지 답사도 한결 편안해졌다고 많은 이들이 전한다.

 

피로를 씻어내고 싶다면 탑산약수온천이 제격이다. 천연 약수를 활용한 실내 온천은 날씨 변화와 상관없이 여행의 쉼표가 돼준다. 피부 진정 효과와 물속에서 느끼는 온화한 온도는, 여름철에도 쾌적한 휴식을 선사한다는 평이다.

 

울창한 숲에 자리한 고운사에선 차분한 사찰의 분위기가 여행객의 마음을 이끈다. 오래된 나무들과 고적한 산길, 그리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맑은 공기는 한 번쯤 일상을 내려놓고 싶은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준다. 방문객 다수는 “내 안의 소음을 잠시나마 가라앉히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적었다.

 

의성의 마지막 그림은 사촌전통마을이 완성한다. 조선 시대 고택과 돌담, 고즈넉한 골목길이 남아 있어, 걷다가 무심코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남기게 된다. 햇살이 강하지 않은 흐린 날엔 오히려 한옥의 고요한 멋과 마을의 정취가 더욱 진하게 와닿는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날씨의 영향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계절이나 일기와 상관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여행을 즐기려는 심리가 최근 강해졌다”며, “더 이상 날씨에 얽매이지 않고 고즈넉함과 자기만의 휴식을 찾기 위해 소도시를 찾는 이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맑은 날보다 구름 낀 날이 더 좋다”, “복잡한 도심 대신 의성 한옥길에서 숨을 돌렸다”는 공감이 잇따른다. 때로는 흐린 하늘이 여행자의 마음을 더 깊게 어루만진다는 깨달음도 올라온다.

 

어쩌면 한가로운 오후의 산책, 실내외 자연과 전통 사이를 오가는 이 작은 선택들이, 우리 삶에 필요한 새로운 쉼표가 되고 있다. 흐린 날씨조차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지금, 조금 느린 걸음으로 일상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 더욱 특별한 의미로 남는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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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경덕왕릉#사촌전통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