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수주에 7.62% 급등…대한전선, 해저케이블 정책 수혜로 랠리 재점화
대한전선 주가가 미국 초고압 케이블 수주와 해저케이블 공급망 선도사업자 선정 효과가 겹치며 다시 크게 뛰고 있다.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대한전선은 전일 대비 7.62% 오른 2만4,000원에 마감해 한 달가량 이어진 조정 흐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 속에 해저·초고압 케이블 수요가 부각되면서 향후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이날 장중 코스피 동일 업종 평균 등락률 2.52%를 크게 상회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래량은 567만 주로 전일 대비 크게 늘었고, 현재 주가는 52주 최고가 2만8,650원 대비 약 16% 낮은 수준이다. 최근 11월 초 2만7,1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2만2천 원대까지 밀리며 조정을 받았지만, 이날 20일 이동평균선 회복을 시도하며 단기 추세 전환 기대를 키웠다.
![[분석] 대한전선, 미국 초고압 수주와 해저케이블 정책 수혜에 '파죽지세 랠리' 재시동 (출처: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2/1765546005151_108535152.jpg)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의 대규모 재진입이 눈에 띈다. 그동안 기관과 외국인이 11월 중순 이후 순매도를 이어오며 주가를 눌러왔으나 이날 기관은 109만 1,119주를 순매수하며 강력한 매수 주체로 돌아섰다. 최근 1개월간 기관 누적 매도 물량을 하루 만에 상쇄할 정도의 규모다. 거래원별로는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창구에서 매도와 매수가 동시에 활발하게 이뤄져 개인 간 손바뀜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기관의 재매집을 수급의 질적 개선과 중장기 성장 스토리에 대한 신뢰 회복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동력은 해외 초고압 수주와 정책 수혜다. 대한전선은 최근 미국에서 500kV급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북미 초고압 송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미국은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장거리 송전을 위한 인프라 확충을 본격화하고 있어, 대형 초고압 프로젝트의 연속 수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초고압케이블 기술 경쟁력을 이미 인정받은 만큼 향후 미국 내 추가 발주에서 우선 협상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책 측면에서도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력망 핵심 품목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공급망 안정화 선도사업을 추진 중인데, 대한전선은 전선 업계 최초로 해저케이블 분야 선도사업자로 선정됐다. 해상풍력 발전과 국가 간 전력망 연결에 필요한 해저케이블은 이른바 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선정으로 대형 공기업 및 공공 발주에서 가점 효과와 안정적 수주 기반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저케이블 2공장 증설 계획도 실적 성장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대한전선은 2025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해저케이블 2공장을 건설 중이다. 고부가 해저 제품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현재도 전선 부문이 매출 100%를 차지하는 사업 구조에서 수익성이 높은 제품 비중이 늘어나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력망 대형 프로젝트 특성상 수주부터 매출 인식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이미 확보한 수주잔고와 추가 수주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이익의 가파른 증가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펀더멘털 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한전선의 2024년 영업이익은 1,1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애널리스트 추정치에 따르면 2027년 영업이익은 1,933억 원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당순이익은 2024년 확정치 기준 409원에서 2026년 전망치 611원으로 약 50% 증가가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실적 퀀텀 점프가 현재 높은 수준으로 보이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점차 낮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25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61.67배로 부담이 적지 않지만, 2027년에는 30.12배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산된다. 성장세에 비춰 보면 중장기적으로 저평가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재무 안전성도 비교적 탄탄하다. 2024년 기준 부채비율은 76.64%, 당좌비율은 128.16%로 양호한 수준이며, 유보율 역시 825.32%로 높다. 증권가에서는 대한전선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4.00점, 목표주가 2만5,583원을 제시한 가운데, 현재 주가는 목표가 대비 약 6.6%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전선의 상장주식수는 1억 8,644만 7,300주, 시가총액은 4조 4,747억 원 수준으로 코스피 112위에 해당한다.
다만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여전히 보완 과제도 존재한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 ELECTRIC, LS 등 주요 전력 인프라·중전기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대한전선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올해 9월 분기 기준 매출 8,550억 원, 영업이익 295억 원으로 무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업계 리딩 기업들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외국인 지분율도 9.97%에 그쳐 HD현대일렉트릭 36.41%, 효성중공업 25.57%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중장기 자금 유입이 제한적일 경우 향후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 지표 역시 과제로 꼽힌다. 대한전선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97%로 동종 업계 상위권 기업들에 비해 낮다. 시장에서는 해저케이블과 초고압케이블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ROE 개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 이익률 제고가 지연될 경우 현재의 성장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장기 산업 환경은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이 전력 수요 폭증을 이끌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초고압 송전망 신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동시에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압케이블 기술력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AI 시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과정에서 핵심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사업 영역 확장도 눈에 띈다. 대한전선은 효성중공업과 협력해 AI 기반 전력설비 자산관리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단순 케이블 공급을 넘어 설비 운영과 유지관리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장기 서비스 매출 확대와 밸류체인 내 경쟁 우위 확보를 꾀하고 있다. 베트남 생산법인 설립 20주년을 맞은 글로벌 생산 거점도 비용 경쟁력과 납기 대응력을 강화하며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증시 일각에서는 대한전선의 주가 흐름이 단기 테마성 기대보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와 해저케이블 등 신기술 수주 가시성에 기반한 펀더멘털 개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이날과 같은 급등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여지가 있어 2만2천 원 선이 단기 지지선으로서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격대를 지키며 조정을 소화한다면 52주 최고가 2만8,650원 재도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2만2천 원이 무너질 경우 조정 폭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중기적으로는 2025년 6월 해저케이블 2공장 준공과 미국 등 해외 초고압 프로젝트 수주 확대가 실적 성장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구리 가격 강세가 원가 부담과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대한전선은 가격 연동 구조와 고부가 제품 믹스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전력 인프라 확대라는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이어지는 한 업종 내 재평가 가능성은 유효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와 금리 환경 변화가 전력망 투자 속도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나 금리 재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 인프라 투자 계획이 지연될 수 있고, 원자재 가격 급변도 단기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 인프라 관련주의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수주 공시와 공장 가동률, 마진율 개선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은 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과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 속에서 관련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 개선 여부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