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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공략 액상 수면유도제…동아제약, 이지퀼나잇액로 OTC 시장 공략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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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형 수면유도제가 일반의약품 시장의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불규칙한 야간 근무와 디지털 기기 과몰입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진 소비자가 늘면서, 정제 중심이던 기존 수면보조제 시장에 제형 혁신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제약이 디펜히드라민 단일 성분을 국내 최초로 액상화해 선보이면서, 수면 관리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의약품 제형 경쟁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면의약품과 디지털 수면관리 솔루션이 결합되는 전초 단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아제약은 4일 국내 첫 액상형 수면유도제 이지퀼나잇액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 제품은 수면장애 환자 124만 명을 기록한 2023년 수면의료 통계 흐름을 겨냥한 일반의약품으로,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품명에는 간편함을 뜻하는 이지와 평온한 밤을 의미하는 퀼나잇을 결합해 수면의 질 개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성분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 디펜히드라민염산염이다. 항히스타민은 원래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약물군이지만, 1세대 계열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까지 도달하면서 진정과 졸음을 유발하는 특징이 있다. 이 메커니즘을 이용해 일부 성분은 수면유도제나 진정 보조제로도 사용된다. 디펜히드라민은 뇌 속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해 각성을 낮추고 졸음을 유도하는데, 상대적으로 내성 발생 속도가 완만한 것으로 알려져 장기간 복용 시에도 효과 감소가 완전 소실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제품의 기술적 차별점은 제형이다. 디펜히드라민 단일 성분 수면유도제를 액상 형태로 개발해 허가를 받은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액상 제형은 고형 정제에 비해 위장에서 붕해되는 시간을 줄이고, 작용 성분이 용해된 상태로 투여돼 체내 흡수 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보는 생활 패턴에서, 취침 직전 복용 후 짧은 시간 안에 졸림을 유도하는 속도 경쟁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용 편의성도 강조했다. 이지퀼나잇액은 포도, 자두, 라벤더 향을 더해 약 특유의 쓴맛과 거부감을 낮췄고, 1회분씩 파우치로 개별 포장했다. 소비자는 물 없이 바로 마실 수 있어 출장, 야간 근무, 여행 등 이동이 잦은 상황에서 사용성을 높였다. 1일 1회 1포 복용 기준으로 설계해 복용량 계산에 따른 혼선을 줄였고, 만 15세 이상으로 연령 기준을 설정해 청소년과 성인 수요를 함께 겨냥했다.

 

수면장애는 디지털헬스케어와 바이오의약품 사이 경계에 놓인 대표적인 만성질환 관리 영역으로 꼽힌다. 수면 위생 관리와 생활 습관 교정이 1차 치료로 권고되지만, 실제로는 야간 교대근무자, 해외 출장 잦은 직군, 온라인 학습과 게임에 장시간 노출된 청년층 등에서 약물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불면은 전문의 상담 없이 약국에서 해결하려는 수요가 커, 일반의약품 형태 수면유도제는 꾸준한 시장을 형성해 왔다.

 

그동안 국내 수면유도제 시장은 멜라토닌 계열 건강기능식품과 처방전이 필요한 벤조디아제핀, 졸피뎀 계열 전문의약품이 양극단을 형성해 왔다. 그 사이를 메워온 것이 바로 디펜히드라민 등 1세대 항히스타민 기반 일반의약품이다. 다만 대부분 정제나 캡슐 형태에 머물러 제형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다. 동아제약의 액상 전환은 동일 성분 간 제형 차별화를 통해 복용 경험과 흡수 속도 관점에서 포지셔닝을 달리한 시도로 풀이된다.

 

해외에서는 디펜히드라민을 함유한 액상형 수면보조제가 이미 OTC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감기약과 수면유도제가 결합된 액상 제형이 오래전부터 유통돼 야간 복용용으로 사용돼 왔고, 기침 시럽과 유사한 제형 경험이 소비자에게 익숙하다. 국내에서는 수면유도 성분의 액상 제형이 감기, 알레르기 복합제 위주로 한정돼 있었고, 순수 수면유도 목적 액상 단일제는 부재했다. 이 공백을 메우려는 전략으로 이번 제품이 등장한 셈이다.

 

일반의약품 수면유도제는 전문의 처방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지만, 규제 당국은 안전성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디펜히드라민은 고용량 복용 시 심박수 변화, 인지 기능 저하, 어지럼증 등 부작용 우려가 있어 고령층과 운전자는 주의해야 하는 약물로 분류된다. 수면유도 목적 사용 시에도 장기 연속 복용보다는 단기간 사용과 수면 위생 개선 병행이 권고된다. 식품의약품 관련 규정은 일반의약품이라도 용량, 복용 연령, 표시 문구 등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업체는 용법과 주의사항을 제품 포장과 설명서에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동아제약은 이미 감기약, 진통제, 소화제 등 생활밀착형 일반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유통망과 약사 채널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바탕으로 신제품 확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약국 현장에서는 기존 수면유도제 복용에 불편을 느꼈던 소비자, 알약 복용이 어려운 소비자를 중심으로 액상 선호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수면 관리 앱, 웨어러블 수면 측정 기기와 함께 스스로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자기 관리형 약물 사용 패턴과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형 변화가 수면의약품 시장 전반의 혁신 신호탄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향후에는 액상 제형에 적정 복용 시점을 안내하는 디지털 가이드, 수면패턴 데이터 기반 복용 간격 조정 등 디지털헬스 기능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도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시에 수면장애 관리에서 약물 의존도를 낮추고 행동요법, 디지털 치료제, 웨어러블 기반 모니터링과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휴대가 편리해 수면에 불편함을 겪는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복용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권장 용법을 지키고 장기 복용 전에는 전문의 상담을 받는 신중한 사용을 당부했다. 산업계는 액상형 수면유도제가 실제 수면장애 관리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제형 경쟁이 수면의약품 시장 전반의 구조 변화를 촉발할지 주시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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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이지퀼나잇액#디펜히드라민염산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