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쟁점 예산·대장동 국조 평행선”…여야, 시한 이틀 앞두고 추가 협상 합의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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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과 국정조사가 다시 정국의 뇌관이 됐다.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불과 이틀 앞둔 가운데 여야가 쟁점 예산과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국정조사를 놓고 정면 충돌하며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는 추가 협상에 나서기로 하면서도 핵심 쟁점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11월 30일 국회에서 회동을 열고 2025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관련 국정조사 요구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정책 펀드, 지역사랑상품권,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등 굵직한 예산 쟁점과 법인세·교육세 문제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회동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참석했다.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리되지 않은 쟁점 예산을 다시 테이블에 올렸지만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문진석 원내수석은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예산안을 추가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도 예산 규모와 관련해 "쟁점 사업의 감액 여부와 폭, 배분 방식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크다"고 전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유상범 원내수석도 취재진과 만나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사이에서 100건 이상의 예산 감액에 대한 이견이 커서 원내대표 간 다시 한번 추가 논의를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예결위 차원 협상만으로는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내지도부 직거래에 나선 셈이다.

 

내년도 총지출 728조원 규모의 예산안 중 정책 펀드, 지역사랑상품권,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등이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민·지역 경제 지원과 재정 투명성을 이유로 감액·조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정부안의 틀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와 교육세 개편을 둘러싼 충돌도 이어졌다. 여야는 이날 휴일임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부수법안 11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법인세법과 교육세법 개정안은 끝내 표결에 부치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 선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세법 협상은 최종 정치협상 단계로 넘어갔다.

 

세제 논쟁의 핵심은 법인세율 조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과세표준 구간별 법인세율을 1%포인트씩 낮춘 개편을 추진했고, 현행 법인세는 2억원 이하 9%, 2억원 초과부터 200억원 이하 19%, 200억원 초과부터 3천억원 이하 21%, 3천억원 초과 24%의 누진세율 구조를 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인하분을 원상복구해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인세 인상이 대기업과 고소득 법인의 부담을 늘리는 대신 복지와 민생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법인세 추가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2억원 이하 구간에 대해선 세율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며 중소기업 보호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교육세 문제도 쟁점이다. 정부는 수익 1조원 이상인 금융·보험회사에 부과하는 교육세율을 0.5%에서 1.0%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재정 확충이 목적이지만, 금융권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금융시장 영향과 교육재정 수요를 놓고 셈법을 달리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저녁 다시 만나 쟁점 예산과 세법을 재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으로 일정이 조정되면서, 12월 1일 오전 다시 회동해 막판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법정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사실상 벼랑 끝 담판이 예고된 셈이다.

 

정치 지형을 흔들 수 있는 대장동 국정조사 문제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경위를 따지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와 관련해 여야는 이날도 입장 차만 확인했다.

 

유상범 원내수석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제시한 3가지 조건을 다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 의견 조율 중에 있다"며 "정리되는 대로 다음 주 초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 논의 이후 공식 입장을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국정조사안을 수용하는 대신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는 나경원 의원의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 선임, 둘째는 법사위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회의를 운영하지 않을 것, 셋째는 국정조사 증인과 참고인을 여야 합의로 채택할 것이라는 요구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조건이 과도한 정치적 요구라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나경원 의원의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요구는 국정조사와 무관한 정략적 카드라는 시각이 당내에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반대로 독립적이고 균형 잡힌 국정조사를 위한 장치라고 주장하면서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예산안과 국정조사가 동시에 꼬이면서 정국은 한층 복잡해졌다. 여야 모두 법정시한을 넘기는 정치적 부담을 의식하면서도, 핵심 쟁점에서 각각의 지지층을 의식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민생과 행정 공백 우려가 커지는 만큼, 국민 여론 또한 여야를 동시에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12월 2일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12월 1일 추가 협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쟁점 예산과 세법, 대장동 국정조사 요구를 두고 물밑 조율을 이어가면서도 공개 발언에서는 강경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여야가 막판 타협점을 찾을지, 예산안과 국정조사를 둘러싼 공방이 장기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지 주목된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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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김병기#송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