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폭거 맞선 계엄”…장동혁, 내란·계엄 정국서 강경 보수 재집결 노린 발언 공세
내란과 계엄을 둘러싼 정국 갈등이 다시 격돌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내란 사범 처벌을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나치 정권과 히틀러까지 언급하며 강공을 이어가자, 여야는 물론 보수 진영 내부까지 거센 논쟁에 휩싸였다.
장동혁 대표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정조준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국가권력 범죄에 대해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살아 있는 한 형사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나치 전범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며 “나치 정권의 히틀러 총통을 꿈꾸는 이 대통령 입에서 나치 전범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날 법원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이재명 정권의 내란몰이 폭주를 국민께서 멈춰 세워준 것”이라고 규정하며, 현 국면을 내란몰이 종식의 분기점으로 해석했다.
그는 사법개혁 법안과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추진을 한 묶음으로 비판했다. 장 대표는 “야밤에 군사 작전하듯 통과시키고 있다”며 여권이 사법부를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정권이 내란몰이에 올인하는 이유는 할 줄 아는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내란몰이 광풍 뒤에서 국민이 민생 파탄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 의제도 강하게 끌어올렸다. 그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중국인 해킹 의혹을 국가 안보 차원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공무원 사찰,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 대공수사권·대공조사권 약화, 대북전단 규제, 대북방송 중단 등을 한 줄기 서사로 묶어 “안보 붕괴”라고 지적했다. 여권의 개혁 과제와 최근 보안 논란 전반을 안보 위기 프레임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정국의 뇌관이 된 비상계엄 평가를 둘러싼 발언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동혁 대표는 3일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적었다.
장 대표는 현 정권을 “민생포기·경제포기·국민포기 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레드카드” 심판의 장으로 제시했다. 또 “보수정치를 새롭게 설계하겠다”, “4번 타자가 되겠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자신을 보수 재건의 중심 인물로 세우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계엄을 의회 폭거에 맞선 조치로 긍정한 발언은 계엄 저지의 힘을 80년 광주의 민주 정신에서 찾는 야권 기류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즉각 반발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과 똑같은 궤를 그리며 발언을 한 장동혁 대표의 행태는 정말 유감”이라며 “내란 공범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장동혁 대표 메시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1년 입장문과 같은 궤를 그린다고 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내부 회의에서 “윤석열의 궤변을 받아 적고 내란 세력 논리를 확산하는 사람이 공당 대표를 자처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반응도 거칠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수괴”라고 지칭하고, 그의 계엄 관련 입장문을 “내란범다운 주장”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어 장동혁 대표의 “의회 폭거에 맞선 계엄” 발언을 겨냥해 “내란중요임무종사 정당 우두머리답다”고 비난했다.
조국 대표는 계엄에 사과한 국민의힘 의원 25명을 향해 “당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장 대표를 탄핵해 끌어내리라”고 촉구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했다. 장동혁 대표 개인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 공방이 국민의힘 존립 문제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보수 진영 내부 시선도 싸늘하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은 KBS 광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장동혁 대표의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선 것”이라는 평가를 두고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언제든 비상계엄을 할 수 있다는 논리냐고 반문하며 “그런 사고력을 계속 지속한다면 국민의힘은 패가망신하는 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경태 의원은 또 장동혁 대표 체제 100일에 대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말로 요약된다고 평가했다. 부정선거론·음모론과의 동일시가 당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수 재설계를 내세운 장 대표의 언사가 오히려 보수 내부에서 “희망을 접게 만드는 100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강한 역풍에도 장동혁 대표는 한층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이 나라의 주권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국민의힘은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해 싸우겠다. 이 정권의 안보 붕괴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을 두고 “간첩 말고는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법을 없애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공수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과정에 북한 지령이 반영됐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내놓으며, 기존 보수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하고 있다. 정국의 긴장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선택이지만, 강경 보수 결집을 추구하는 그의 전략 방향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공방은 내란과 계엄, 안보, 사법개혁이라는 무거운 의제들이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 보수 재편 구도 위에 겹겹이 포개진 정치적 충돌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내란몰이와 안보 해체 프레임으로 정권을 압박하고, 정권과 야권은 내란 공범, 위헌 정당 프레임으로 맞선다.
정치권에서 강한 말이 강한 말을 부르는 구도가 고착될수록, 민생과 제도 개혁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회는 향후 계엄 관련 진상 규명과 사법개혁 법안 후속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이번 공방이 어떤 방향으로 수습될지, 그리고 장동혁 대표가 내세운 보수 재설계 구상이 유권자 설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