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개 성분 GIFT 지정"…식약처, 혁신치료제 허가 가속
중증 질환과 희귀질환 치료제를 겨냥한 국내 신속심사 제도가 3년간 59개 성분을 지정하며 혁신 신약의 조기 도입 통로로 자리잡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2022년 9월부터 운영 중인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 GIFT의 성과를 정리한 혁신의료제품 신속심사 3년 GIFT 성과브리프를 발간했다. 업계는 허가 속도와 예측가능성이 동시에 개선되는 국내형 패스트 트랙으로 보면서, 글로벌 임상 전략과 연계된 활용 확산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GIFT는 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의 약자로, 치료 대안이 부족한 심각한 중증질환과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혁신 의료제품을 일반 심사보다 빠른 절차로 검토해 허가하는 규제혁신 제도다. 품질, 비임상, 임상 등 분야별 전담 심사자가 지정돼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허가 전략을 지원하는 구조다. 식약처는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총 59개 성분을 GIFT로 지정했고, 이 가운데 25개 성분, 41개 품목의 품목허가를 완료했다.

지정 성분을 유형별로 보면 화학의약품이 36개 성분으로 가장 많고, 항체·세포치료제 등을 포함한 생물의약품이 22개 성분, 디지털 기술이나 의료기기·의약품이 결합된 융복합제품이 1개 성분이다. 기존 제도에서 심사 시간이 길어지기 쉬웠던 첨단 바이오의약품과 복잡한 병용요법 등이 조기부터 트랙에 편입되며 심사 병목을 줄인 점이 특징으로 평가된다.
허가까지 이어진 41개 품목의 적응증을 보면 제도의 목표가 중증·희귀질환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난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과 같은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 소아 신경모세포종 등 고위험 소아암을 포함한 희귀질환·중증질환 치료제가 35개 품목으로 전체의 85.4%를 차지했다. 환자 수는 적지만 의료적 필요가 높은 영역에 규제 자원이 우선 배분된 셈이다.
또한 41개 품목 중 23개 품목, 비율로는 56.1%가 기존에 허가된 치료제가 없던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이었다.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국내 시장에 혁신 치료제를 선제 출시하거나, 다국가 임상과 연계해 국내 동시 허가를 추진하는 근거가 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GIFT가 국내 시장을 단순 후발 도입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개발 전략에 포함되는 조기 허가 거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심사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GIFT 지정 및 허가 건수는 제도 출범 초기 대비 꾸준히 증가해, 2023년과 비교했을 때 2025년에는 약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혁신·희귀 영역 임상 파이프라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제도 활용에 대한 인식이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전반으로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개발 품목뿐 아니라 해외에서 개발된 치료제의 국내 조기 도입 수단으로도 신속심사 채널이 활용되는 추세다.
제도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식약처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실시한 의료제품 신속심사 업무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만족도는 3년 연속 상승했다. 기업들은 심사 기간 단축뿐 아니라 심사 과정에서의 소통 강화, 사전상담을 통한 자료 요건 명확화 등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주요 변화로 꼽고 있다.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주요 규제 당국이 운영하는 패스트 트랙, 혁신치료제 지정 제도와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GIFT 제도가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속심사 대상 범위와 데이터 요구 수준을 국제 기준과 더 촘촘히 정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패스트 트랙이나 혁신치료제 제도는 임상 2상 중간 결과 등 제한된 데이터에서도 조건부 허가를 허용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완결된 임상 근거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시간 단축 폭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규제기관의 책무와 신속 접근 요구 사이에서 최적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과제로 남는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이번 성과브리프 발간을 계기로 제도 고도화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업계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운영 성과를 공유하고, 대상 질환 범위, 심사 프로세스, 사후 안전관리 요건 등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생존에 직결되는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제가 지체 없이 도입될 수 있도록 GIFT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글로벌 규제 조화 수준을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계는 향후 신속심사 제도가 임상 개발 설계와 투자 전략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초기 단계부터 GIFT 지정을 염두에 둔 임상 설계, 해외 당국과의 동시 협의를 통한 다국가 패스트 트랙 전략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성과가 규제 혁신의 출발점이 될지, 실제 시장 안착과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