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비비에 왜 건넸나"…김기현 배우자, 특검 피의자 출석 후 묵묵부답
정권 핵심을 겨눈 특검 수사가 여권 핵심 인사 가족으로 번졌다.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는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배우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도 거세질 전망이다.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는 5일 오전 10시 10분께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정당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이 씨는 특검 사무실에 도착하자 취재진으로부터 왜 명품 가방을 전달했는지, 김기현 의원의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지원을 요청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받았다. 그러나 그는 "왜 로저비비에 가방을 전달했나", "당 대표 선거 지원을 요청했나" 등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이 씨는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김기현 의원이 당선된 이후, 김건희 여사에게 시가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행위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한 청탁과 결부된 금품 제공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이 의심하는 정황은 보다 복합적이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 신도 2400여 명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켜 김기현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지원했고, 그 대가로 통일교 측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는 취지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7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건희 여사 공소장에 담겼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 같은 정황을 전제로, 이 씨가 당 대표 선거 지원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건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는 문제의 클러치백과 함께 이 씨가 작성한 감사 편지도 함께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의원은 배우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부정한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왔다. 김 의원은 그동안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한 통상적인 예우였다고 강조해 왔다.
수사팀은 이 씨 조사에서 선물의 구체적 경위, 전달 시기와 방식, 감사 편지 내용, 사전 논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방 제공과 통일교 관련 선거 지원 의혹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개별 사안인지 여부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수사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 씨 진술과 압수수색 결과 등을 종합해 김기현 의원 본인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입건할지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당 대표 선거 과정 전체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경우,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편 야권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형사 사건이 정당법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으로 이어진 점을 부각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가 정치적 의도를 띠고 있다며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 씨 조사를 마무리한 뒤 관련자 추가 소환과 보강 수사 방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가 여당 전직 당 대표와 그 배우자까지 번진 만큼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소지가 크다. 국회와 특검의 후속 행보에 따라 정국은 당분간 특검 수사 결과를 둘러싼 공방 속에 요동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