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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오픈소스연합 확대”…LG전자, 글로벌 표준화→개발혁신 가속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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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생태계의 주도권을 겨냥하며 글로벌 오픈소스 연합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LG전자는 4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글로벌 비영리 조직 이클립스 재단과 함께 이클립스 SDV 커뮤니티 밋업 행사를 열고, SDV 오픈소스 기반의 공동 개발과 표준화 전략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글로벌 SDV 개발자 대회로, BMW, 현대모비스, 보쉬 자회사 ETAS 등 주요 완성차·부품사 관계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140여명이 참석해 차세대 차량 소프트웨어 구조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리드문에서 강조된 것처럼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시점에, LG전자가 선택한 해법은 개별 기업의 폐쇄적 경쟁이 아니라 공통 기반을 함께 구축하자는 연대 전략이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개회사에서 LG전자가 축적해온 소프트웨어 역량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토대로 SDV 오픈소스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면서 SDV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언급했다. 업계가 체감하는 소프트웨어 복잡도와 개발 비용의 가중을 고려할 때, 개별 기업이 전 영역을 독자 개발하는 방식은 점차 비효율로 평가되고 있으며, 공통 기반을 공유하고 차별화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SDV오픈소스연합 확대”…LG전자, 글로벌 표준화→개발혁신 가속
SDV오픈소스연합 확대”…LG전자, 글로벌 표준화→개발혁신 가속

행사에서는 운영체제, 통신, 로그와 메모리 관리, 기본 진단 기능 등 차량 업계 전반에서 반복 개발돼온 기반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공용화하고 표준화할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개발자들이 더 큰 역량을 발휘하려면, 그 아래를 지탱하는 공통 소프트웨어 계층이 안정적으로 정리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 과정에서 LG전자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하는 에스-코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이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에스-코어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가운데 약 70%를 차지하는 비차별화 영역을 공용화·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됐다. 비차별화 영역은 소비자가 직접적인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기능과 구조로, 기업별로 따로 개발해도 경쟁우위와는 거리가 먼 부분이다. 통신 프로토콜, 운영체제, 로그와 메모리 관리, 차량 기본 진단 기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코드가 이미 1억 줄을 넘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SDV가 본격화될수록 코드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스-코어와 같은 표준화 프로젝트가 중복 개발을 줄이고 제품 납품 주기를 단축하며, 장기적으로는 안전성과 보안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가 주도하는 풀피리 프로젝트도 행사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풀피리는 에스-코어를 통해 정리된 비차별화 영역 위에 다양한 소프트웨어 업체와 서비스 제공자가 차별화 솔루션을 얹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안정적인 운용과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보장하는 통합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완성차 업체와 1차 협력사,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 하나의 공통 플랫폼에서 협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계층화 구조가 마련돼야만, OTA를 통한 지속적 기능 업그레이드와 구독형 서비스 등 SDV 비즈니스 모델이 현실적인 수익 구조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이클립스 재단과의 협력을 넘어, 글로벌 차량용 오픈소스 표준화 단체 SOAFEE에도 참여하며 SDV 생태계의 국제적 규범 형성 과정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SDV를 위한 소프트웨어 설루션 LG 알파웨어를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오픈소스로 구축된 공통 기반과 자사 상용 솔루션을 연계하는 전략을 전개 중이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검증된 상용 솔루션과 개방형 플랫폼을 병행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행보가 단순한 기술 협력 차원을 넘어, 전장사업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에는 각 완성차와 전장업체가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폐쇄적인 플랫폼 경쟁을 펼쳤다면, SDV 오픈소스 연합은 공통 기반을 함께 설계하고 그 위에서 개별 기업이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을 겨루는 새로운 구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에스-코어 프로젝트에 동참한 점은, 고급차 시장에서도 공용 플랫폼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드 폭증과 기능 복잡도 증가에 직면한 SDV 시장에서, 오픈소스 기반 표준화가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연구기관 관계자는 글로벌 협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개별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부담이 투자 여력과 인력 수급 한계를 초과하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도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용화된 비차별화 영역 위에서 각사의 강점과 브랜드 정체성이 반영된 차별화 기능을 구현하는 방향이, SDV 시대 경쟁 전략의 합리적 해답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가 이클립스 SDV 커뮤니티 밋업을 서울에서 개최한 것은, 한국 전장 산업의 기술 역량을 글로벌 논의의 중심 무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국내 부품사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세계 주요 완성차와 전장업체가 합의한 공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에스-코어와 풀피리, SOAFEE, LG 알파웨어로 이어지는 다층 구조가 어떤 구체적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와 개발 툴 체계로 정착하느냐에 따라, SDV 생태계의 권력 지형 역시 새로운 균형점을 찾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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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bmw#메르세데스-벤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