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기강 해이 차단하겠다”…이재명, 농림차관 면직·김남국 사표 수리
정권 초기부터 공직사회 기강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면직과 대통령실 비서관 사표 수리를 잇달아 단행하면서, 공직사회 동요와 불만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대통령실은 강 차관에 대해 부당한 권한 행사와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찰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강형석 차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새로 임명된 인사로, 취임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직 차관이 이처럼 짧은 재임 기간 후 직권면직된 것은 이례적인 고강도 조치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령 위반 여부와 별개로, 인사 청렴성과 공직 기강을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통령이 직접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인사청탁 논란 중심에 서 있던 김남국 전 디지털소통비서관의 사표를 지체 없이 수리했다. 김 전 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인사 청탁성 문자를 받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을 일으켰다. 여기서 언급된 인물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논란이 불거진 직후 대통령실 차원에서 김 전 비서관에게 엄중 경고를 했다"며 "이 일을 그대로 넘기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전 비서관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해 정부 인사 시스템에 대한 오해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과 김 전 비서관의 관계에 대해 "누나·동생 하는 사이가 아니다", "유탄을 맞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김 전 비서관이 사적 표현을 동원해 인사 시스템과의 친분을 과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 전 비서관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한 배경에도 인사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지키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강형석 차관 면직과 김남국 전 비서관 사표 수리를 한 흐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직자 개개인의 부적절한 처신을 방치할 경우,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대통령실 내부에 공유됐다는 이야기다. 여권 관계자는 "공직사회의 일탈이 반복되면 개혁 기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칼을 빼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비서실장도 이날 오전 대통령실 현안점검회의에서 참모들을 상대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강 비서실장은 회의에서 "인사 추천과 청탁도 구분 못 하는 일부 공직자가 있다"며 "공직자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인사 과정에서의 사적 부탁과 제도권 추천을 명확히 구분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정부는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헌법 가치와 법치 행정을 내세운 공직사회 개혁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 태스크포스를 두고 "지나친 진영 논리이자 편 가르기"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실무선에서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런 기류가 이 대통령의 강경 대응을 자극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차관이나 대통령과 가깝게 분류되는 대통령실 참모의 잘못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 활동 역시 명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핵심 인사에 대한 엄정 조치가 뒤따라야만,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기강 확립 메시지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야권은 대통령실 내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향후 국회 상임위에서 강형석 차관 감찰 경위와 김남국 전 비서관 사표 수리 배경을 집중 추궁하겠다는 방침을 세울 수 있다. 반면 여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조치를 공직사회의 부패와 특권 문화를 정면 돌파하려는 신호로 규정하며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고강도 인사 조치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인사와 관련된 문자, 메신저 대화 등 비공식 채널도 향후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인사 과정에서 사적인 연락을 받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며 "앞으로는 정식 절차 외에는 접촉을 삼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 운영과 병행해 공직사회 청렴 기준을 재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역시 향후 정기국회와 상임위 활동에서 인사 검증과 공직사회 기강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삼고,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