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방미통위 적임자냐 코드 인사냐"…김종철 놓고 여야 인사청문회 정면 충돌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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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을 둘러싼 갈등이 김종철 위원장 후보자를 매개로 다시 불붙었다. 여야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전문성과 정치적 편향성을 두고 거칠게 맞섰다. 언론·방송 규제와 진흥을 총괄할 새 합의제 기구의 수장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면서 향후 방미통위 출범 과정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학문적 이력과 언론법 전문가 경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청문회 초반부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를 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를 깊이 이해하는 헌법학자이자 언론법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방송 공공성 훼손을 지적하며 "무도한 윤석열 정권 때 방송을 국민을 위한 공공의 방송이 아니라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방송미디어 공공성 회복, 국민 미디어 주권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이주희 의원도 김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이 의원은 "오랜 세월 헌법과 공법, 언론법 등 학문적 연구를 통해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 깊이 성찰해온 헌법학자"라며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인 방미통위 위원장으로서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미통위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를 거론하며 "윤석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폭주를 반복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한 뒤, 새 기구를 통해 조직 운영 원칙과 절차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 논란에도 방어막을 쳤다. 이주희 의원은 그가 정부 자문기구에 참여한 이력과 각종 정책 현안에 대한 학술적 의견 개진을 문제 삼는 여당을 겨냥해 "정부 자문기구 참여나 학자로서 학술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편협한 정치활동인가"라고 반문했다. 여권이 제기하는 '정치 활동' 프레임에 맞서 학문적 소신 표명으로 의미를 축소하며 정치적 낙인찍기라고 역공에 나선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방미통위 설치 과정의 위헌 논란과 김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성을 집중 부각하며 인사 부적격 프레임을 강화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를 통과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둘러싸고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을 언급하며 "위헌으로 판단된다면 김 후보자는 임명되더라도 위원장 직위는 물론 방미통위 존립 자체가 정당성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위원회 법적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청문회 단계에서부터 제동을 건 셈이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 시절 방통위를 둘러싼 논란을 끌어와 김 후보자를 '민주당 코드 인사'로 규정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TV조선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상기시키며 "후보자같이 민주당 편향적인 인물이 위원장이 된다면 문재인 정권 때하고 똑같이 편향적 시각으로 방송을 재단하고 재승인을 무기로 길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연결해 방송 심사와 재승인 권한을 활용한 '길들이기' 우려를 강조한 것이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를 이른바 '폴리페서'로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세간에 후보자님을 폴리페서라고 얘기하더라"며 "철학과 소신을 밝히는 것은 좋지만 정치적 집단에 의해 객관성을 잃어버린다든가 편중된 의견을 얘기해 자리에 가면 그게 폴리페서"라고 지적했다. 학자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진영과 보조를 맞춘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기술·산업 정책을 다루는 방미통위 특성상 후보자의 ICT 역량을 겨냥한 질의도 잇따랐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방미통위원장은 법률적 부분뿐 아니라 인공지능, 또 정보통신기술 분야 전문성을 가진 게 맞는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다"고 말하며 후보자의 역량이 충분한지 물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방송미디어 실무 활동이 전무한 코드 인사"라고 규정하며, 학문 중심 이력만으로 방송·미디어·통신 전반을 총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공방이 이어지면서 방미통위 출범 자체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미통위는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체해 방송, 통신, 온라인 플랫폼 정책을 아우르는 통합 규제·진흥 기구로 설계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설치법에 대한 헌법소원, 위원 구성 방식, 위원장 권한 구조 등을 문제 삼아 여당이 언론·미디어 지형을 재편하려 한다고 경계해 왔다. 반대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기존 방통위가 특정 언론에 대한 제재와 인사 개입을 반복해 기관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하며 기구 재편 명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결과에 따라 방미통위 출범 이후 첫 정책 방향과 언론·플랫폼 규제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원장 인선 과정에서부터 여야가 충돌하면서 시정방송, 종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인공지능 기반 추천 알고리즘 규제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도 강대강 대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김종철 후보자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한 만큼, 향후 본회의와 정부 인사 절차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방미통위 구성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검토하는 한편, 향후 회기에서 관련 제도 보완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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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