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병원 네트워크 확대"…GE헬스케어, 구미강동병원 MOU로 지역의료 고도화
의료 영상과 진단 장비의 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조사와 병원의 전략적 협력이 지역 의료 체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이 특정 병원을 협력 거점으로 지정해 기술 지원과 교육을 집중하는 구조로, 현장 진료 역량과 장비 운용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런 레퍼런스 병원 모델이 장비 고도화 경쟁과 함께 지역 의료 격차 완화를 가늠하는 새로운 지표로 평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GE헬스케어 코리아는 17일 구미강동병원과 의료 장비의 안정적 운영과 상호 업무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구미강동병원은 GE헬스케어 협력병원이자 지역 거점 병원, 이른바 레퍼런스 사이트로 공식 지정됐다. 레퍼런스 사이트는 제조사가 자사 장비의 실제 임상 활용 성과와 운용 모델을 보여주는 기준 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곳을 의미한다.

GE헬스케어는 구미강동병원이 보유하거나 새로 도입하는 자사 의료 장비 전반에 대해 우선적인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장비 설치와 유지보수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워크플로 최적화 자문 등 운영 전 주기를 포괄하는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최신 사용 기법과 촬영·검사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장비 교육도 병행해, 동일 장비라도 병원별로 편차가 컸던 활용 수준을 표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레퍼런스 사이트 지정은 단순한 장비 A/S 차원을 넘어선다. 영상의학 장비와 모니터링 시스템은 세부 설정과 검사 프로토콜에 따라 진단 정확도, 검사 속도, 환자 편의성이 크게 달라진다. 제조사가 축적한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를 현장에 이식하고, 반대로 병원이 실제 환자 진료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다시 제조사로 환류해 장비 성능과 사용성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구미강동병원은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 GE헬스케어 장비의 임상 활용 경험을 적극 공유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비를 실제로 사용 중인 의료진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잠재 고객이 제기하는 제품 및 서비스 관련 문의에 의견을 제공하고, 주요 임상 사례와 운용 노하우를 공유하는 협력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다. 필요 시 다른 의료기관 및 관계자들의 현장 방문을 지원해, 장비 활용 환경과 운영 체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협력 모델은 지역 중소·중견 병원이 첨단 의료 장비를 도입한 이후 경험하는 인력 부족, 프로토콜 구축 난관, 유지보수 부담 등의 현실적 한계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수도권 대형 병원에 집중돼 있던 최신 장비 활용 교육과 임상 노하우가 지역 협력병원을 통해 분산·확산되면, 같은 기종의 MRI나 CT를 보유한 병원 간 진료 품질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제조사가 레퍼런스 병원 네트워크를 통해 실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장비 성능·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 솔루션이나 차세대 CT·MRI 장비 개발에 레퍼런스 사이트 데이터를 활용해 이미지 재구성 속도와 해상도를 높이거나 방사선 피폭량을 줄인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비슷한 협력 구조가 진행 중이며, 이번 구미강동병원 사례는 지역 거점 의료기관으로 확대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의료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 연구 목적 2차 활용 시 동의 절차 등 규제 이슈는 협력 모델 확장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장비 제조사와 병원이 임상 사례와 운영 데이터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표준화된 비식별화 절차와 보안 체계를 정교하게 갖추지 못하면,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와 AI 진단 보조 솔루션 연계 단계에서 제도적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신재학 구미강동병원 병원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의료 장비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과 교류 체계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진료 환경 개선과 의료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덕 GE헬스케어 코리아 대표는 구미강동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의료 현장에서 GE헬스케어 장비의 활용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며, 의료진이 장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GE헬스케어의 국내 협력병원 네트워크 확대 전략과 맞물려, 향후 다른 지역 거점 병원으로 유사 모델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제조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장비 투자의 효율을 높이고 진료 품질을 고도화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지는 만큼, 이런 레퍼런스 네트워크가 실제 의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산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