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주액 10조 돌파…현대건설, 대규모 적자 선반영 후 V자 반등 시동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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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주가가 사상 첫 연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0조 원 돌파 소식과 내년도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가 맞물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11일 오후 12시 55분 기준 현대건설 주가는 전일 대비 4.60 퍼센트 오른 7만 5천100원을 기록 중이며, 지난달 기록한 저점 대비 20 퍼센트 이상 뛰어오르며 투자 심리 개선 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2024년 실적 부진이 선반영된 가운데 대형 수주 모멘텀과 수급 개선이 겹치면서 건설업황 부진 속에서도 차별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장중 흐름을 보면 현대건설 주가는 전형적인 V자 반등 패턴을 그려왔다. 지난 11월 21일에는 장중 5만 9천3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 부근까지 후퇴했지만, 이후 불과 3주 만에 26 퍼센트가량 상승하며 7만 5천 원 선을 회복했다. 12월 5일 7만 5천100원을 터치한 뒤 숨 고르기 조정을 거쳤으나, 이날 다시 전고점 부근까지 올라오며 직전 저항 구간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 기술적 반등을 넘어 추세 전환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분석] 수주 10조 잭팟 터졌다… 현대건설, 적자 늪 탈출하고 'V자 반등' 시동
[분석] 수주 10조 잭팟 터졌다… 현대건설, 적자 늪 탈출하고 'V자 반등' 시동

최근 한 달간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압도적인 수주 경쟁력과 악재 선반영 효과다. 현대건설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0조 원을 넘어섰고, 건설 경기 전반 부진 속에서도 도시정비 시장에서만 7년 연속 업계 1위를 기록했다. 2024년 대규모 비용 반영에 따른 영업적자 우려가 거셌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요소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고 판단하며 향후 안정적인 일감 확보를 통한 펀더멘털 회복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 투자자가 상승세의 핵심 주체로 떠올랐다. 12월 3일과 5일 기관은 각각 44만 주와 120만 주 이상을 순매수하며 주가 바닥 다지기를 이끌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2월 4일과 9일 대량 매도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연기금과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꾸준히 물량을 담으며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물량이 기관으로 넘어가는 손바뀜이 진행되면서, 단기 매매세보다 내년 실적 정상화를 겨냥한 중장기 수급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현대건설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상장주식 수는 약 1억 1천135만 주,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74위인 현대건설의 현재 PBR은 0.98배로 1배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쟁사 삼성E&A가 외국인 지분율 48 퍼센트와 12 퍼센트대 ROE를 바탕으로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과 달리, 현대건설은 2024년 대규모 적자로 인해 ROE가 일시적으로 크게 훼손된 상태다. 다만 외국인 보유율이 약 20 퍼센트로 업계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2025년 이익 정상화 기대가 점차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적 측면에서 2024년은 현대건설에 뼈를 깎는 조정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제공된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4년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약 1조 2천억 원대 적자가 예상되며, 이는 기존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에 해당한다. 반면 2025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6천299억 원으로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2024년 대규모 손실이 향후 잠재 부실을 선제적으로 털어내는 이른바 빅배스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내년 기준 PER 24배 수준은 실적 정상화 시 빠르게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배당수익률은 1 퍼센트 안팎을 유지해 주주환원 정책의 연속성도 확인되고 있다.

 

사업 구조를 보면 매출의 약 56 퍼센트를 차지하는 건축 및 주택 부문이 실적과 주가의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연간 10조 원을 웃도는 수주를 따내며 향후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점은 실적 가시성을 크게 높였다.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운 전략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를 수주력으로 돌파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다만 잠재 리스크도 무시하기 어렵다. 최근 공사비 증액 갈등과 관련해 법원이 현대건설에 133억 원 배상 판결을 내린 점은 추가 비용 부담뿐 아니라 발주처와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급등한 자재비와 인건비를 둘러싼 분쟁이 구조적 이익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건설 현장의 안전 문제와 연계된 ESG 리스크가 상존하면서, 향후 사고 발생 여부에 따라 투자 심리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신사업이 부각된다. 현대건설은 H ROAD 전략을 내세워 소형모듈원전과 태양광 전력구매계약 등 신사업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는 주택 사업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기 민감도를 낮추는 동시에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동참하려는 시도로, 중장기적으로는 단순 시공사를 넘어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재평가 여지를 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주가 흐름을 놓고 보면 단기적으로는 개선된 수급과 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7만 5천 원선 안착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7만 원 초반대가 1차 지지선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이 라인이 유지된다면 우상향 추세가 유지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다만 8만 원 부근에는 과거 매물대가 두텁게 쌓여 있어 거래량을 동반한 돌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적으로는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흑자 전환이 실제로 확인되는 시점이 주가 레벨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건설업 전반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와 글로벌 금리 인하 속도 등 대외 변수 흐름을 주시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통화정책 변화와 건설 경기 지표에 따라 현대건설 주가의 추가 재평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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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도시정비사업#수주10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