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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달러 투입·멀티 브랜드 전략”…한국GM, 국내 생산 재가동력→철수론 반전 카드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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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인천 생산 거점에 3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며 국내 철수설을 정면으로 차단하는 행보에 나섰다. 미국발 관세 변수와 자산 매각,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등으로 시장에 번진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회사는 내년 GMC 3개 차종과 뷰익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병행해 내수와 수출 양 축을 동시에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한국GM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GM 청라 주행시험장 타운홀에서 GM 한국사업장 2026 비즈니스 전략 콘퍼런스를 열고 향후 사업 방향을 공식화했다.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인천 부평과 창원 등 국내 생산 설비를 최대한 가동하면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중심의 글로벌 스포츠유틸리티차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미국 소형 SUV 시장에서 2023년 기준 판매 1위를 기록했고 2024년 3분기까지도 해당 위치를 유지하며 GM 글로벌 라인업의 전략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GM은 기존 설비 효율화와 라인 최적화를 통해 연 최대 50만대 규모의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3억달러 투입·멀티 브랜드 전략”…한국GM, 국내 생산 재가동력→철수론 반전 카드
“3억달러 투입·멀티 브랜드 전략”…한국GM, 국내 생산 재가동력→철수론 반전 카드

회사는 여기에 3억달러 투자 계획을 더해 2028년 이후까지 이어지는 생산 기반을 보강하겠다고 천명했다. 투자금은 제품 업그레이드를 위한 설비 개조와 품질·공정 개선, 글로벌 통합 플랫폼 대응 능력 제고 등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구체적인 연차별 투자 일정과 차종별 배분 구조는 공개하지 않았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 겸 최고경영자는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생산 기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며 한국 시장에 대한 GM의 약속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준비 상태를 강조했다. 생산 물량과 투자 방향을 모두 국내에 고정한 점에서, 올해 재점화한 철수설에 대한 사실상 공식 답변으로 읽힌다.  

 

내수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급격한 확장이다. 한국GM은 쉐보레와 캐딜락에 더해 내년 중 프리미엄 브랜드 뷰익을 국내에 공식 론칭하고 1개 차종을 우선 도입한다. 동시에 픽업트럭·상용차 전문 브랜드 GMC를 통해 3개 차종을 출시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뷰익과 GMC의 단계적 전개를 통해 국내 볼륨 시장의 중심인 메인스트림 중형 SUV 세그먼트를 포함해 4개 이상 신차를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북미 지역을 제외한 GM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쉐보레, 캐딜락, GMC, 뷰익 등 4개 승용·레저용 브랜드를 모두 도입한 첫 번째 시장이 된다. 한국GM은 이 구도가 GM 본사 차원에서 한국을 전략 핵심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석했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한국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글로벌 허브로 끌어올리는 계획도 병행된다. 한국GM은 청라 주행시험장 내에 새로 구축한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을 통해 그동안 사내에 분산돼 있던 전기 시스템 벤치, 가상현실 기반 워크업 스테이션, 드라이버 인 더 루프 시뮬레이터 등 10개 실험 설비를 하나의 통합 센터로 묶었다. 아날로그 주행시험과 디지털 시뮬레이션이 결합된 이 인프라는 차세대 SUV와 픽업, 전동화 차량 개발의 리드타임을 줄이고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설계·검증 비중을 확대하는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GM이 한국을 소형 SUV와 크로스오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전장 개발의 거점으로까지 확장하려는 포석으로 평가하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투자 공언이 실제 설비 업그레이드와 신규 차종 배정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에 모아진다. 미국 관세 정책과 환율, 글로벌 수요 변동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으나, 연 50만대 생산 체제와 멀티 브랜드 내수 전략,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으로 대표되는 개발 기능 강화는 한국GM이 단기 비용 절감보다는 중장기 존속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미국 내 성과가 유지되고 뷰익·GMC 도입이 내수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할 경우, 한국GM이 GM 글로벌 공급망에서 담당하는 생산·개발 역할이 오히려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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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제너럴모터스#트랙스크로스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