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의료지도로 현장 심폐소생"…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료 고도화 주도
심정지 환자 발생 시 스마트폰 화상통화로 응급의학 전문의가 구급대원을 직접 지도하는 스마트 의료지도 기술이 응급의료 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심폐소생술은 분 단위로 생존율이 달라지는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병원 도착 전 현장 처치의 질이 곧 생사 갈림길이 된다. 현장에서 전문 소생술 수준의 처치를 구현하려는 디지털 의료지도의 시도가 제도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응급의료 체계의 디지털 전환 속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9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2025년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스마트 의료지도 시스템을 활용해 심정지 환자 소생을 위한 현장 의료지도 체계를 구축하고,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역량 제고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스마트 의료지도는 119 구급대가 심정지 등 중증 응급환자를 접수했을 때 거점병원에 배치된 지도의사가 스마트폰 화상통화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심폐소생술과 전문 심장소생술, 약물 투여, 제세동 시점 등 세부 처치를 실시간으로 지시하는 시스템이다. 단순 음성통화에 의존하던 기존 의료지도 방식에 비해 화면을 통해 환자 상태, 가슴압박 깊이와 속도, 기도 확보 상태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처치 정확도가 높아진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2015년부터 보건복지부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에 선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병원 내 응급의학과와 지역 119 구급대 간 전용 영상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표준화된 응급처치 알고리즘과 화상 지도의 프로토콜을 마련해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디지털 응급의료 모델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현장 응급처치가 구급대원의 개인 경험과 훈련 수준에 크게 의존하던 한계를 줄였다. 영상 기반 지도를 통해 가슴압박 위치나 강도, 제세동 시점 같은 세밀한 조정이 가능해졌고, 약물 투여 용량이나 튜브 삽관 여부 등 고난도 결정도 전문의 책임 아래 이뤄질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병원 도착 전 처치의 질을 응급실 수준에 근접시키고, 심정지 환자의 자발순환 회복률과 생존 퇴원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스마트 의료지도는 응급실 과밀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국내 의료 환경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도 주목받는다. 병원 자원은 한정된 상황에서, 중증도 분류가 현장에서 더 정교하게 이뤄지면, 심정지와 중증 외상 등 고위험 환자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급대원 입장에서는 현장마다 다른 변수에 직면하더라도, 스마트 기기를 통해 즉시 전문의의 판단을 공유받을 수 있어 실무 부담을 줄이고 처치 자신감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해외에서는 응급의료 분야 디지털화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구급차 내 고해상도 카메라와 환자 모니터링 장비를 병원과 실시간 연동해, 병원 의료진이 현장 상태를 보면서 처치와 이송 병원을 동시에 결정하는 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일본 역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원격 응급의료 시스템을 확산시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응급의료 솔루션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내 스마트 의료지도 모델이 향후 수출형 디지털 헬스케어 패키지로 발전할 여지도 열려 있다.
한편 스마트 의료지도 확산을 위해선 데이터 보안과 의료 책임 범위 설정 같은 규제 이슈도 병행 검토가 필요하다. 화상통화 과정에서 수집되는 영상과 음성 정보는 민감한 의료정보인 만큼, 저장 기간과 활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요구된다. 또한 현장 처치를 수행하는 구급대원과 의료지도를 내리는 지도의사의 법적 책임 한계, 의료사고 발생 시 분쟁 조정 절차 등도 제도 차원에서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옥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스마트 의료지도 도입 효과에 대해 구급대원의 처치 역량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스마트 의료지도를 통해 기존에 제약이 많았던 구급대원의 응급처치를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 안전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경기남부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데 이어, 12년 연속 응급의료기관 평가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내 중증 응급환자 이송과 치료를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스마트 의료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인근 의료기관과 소방서, 지자체와의 연계 모델을 확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응급의료계에서는 향후 인공지능을 접목한 스마트 의료지도 고도화도 점쳐지고 있다. 구급대가 전송하는 영상과 바이탈 사인 데이터를 AI가 실시간 분석해 심정지 위험도나 처치 우선순위를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도의사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구조다. 다만 의료 책임 소재와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상용화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스마트 의료지도와 같은 디지털 응급의료 기술이 실제 전국적인 표준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응급의료 인력이 조화를 이루는 체계가 마련될 때, 비로소 응급의료 인프라 격차 해소와 생존율 향상이라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