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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입증…일동바이오, 국제학술지 표지 장식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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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관련 프로바이오틱스가 기능성 유산균 시장의 새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동제약그룹 계열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GABA 생성 유산균이 국제 학술지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면서, 장내 미생물 조절을 통한 수면 관리 접근법이 과학적 검증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소화기·면역 중심을 넘어 뇌 기능과 수면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수면 관련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성과가 영국 왕립화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Food and Function 최근 호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고 23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자사가 보유한 GABA 생성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바실러스 코아귤런스 IDCC 1201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전임상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수면 시험을 진행하고 뇌파 EEG와 근전도 EMG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IDCC 1201을 투여한 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인 수면 잠복기가 짧아졌으며, 총 수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늘어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GABA 신경 전달계 조절 경로에 IDCC 1201이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IDCC 1201을 3주간 반복 투여한 뒤 수면 구조를 세부 분석한 결과도 주목된다. 비렘 NREM 수면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각성 시간이 줄어드는 양상이 관찰되면서 수면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단순히 수면 시간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깊은 잠에 해당하는 단계의 비중을 높였다는 점에서 수면의 질과 관련된 지표를 함께 개선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내 미생물과 대사체를 동시에 들여다본 분석에서는 장뇌축 관점의 기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IDCC 1201 투여군의 장내 미생물 구성을 살펴본 결과 수면과 면역 기능과의 연관성이 보고된 유익균군이 증가했다. 장내 대사체 분석에서는 수면과 관련이 있는 세로토닌 대사산물과 항산화 관련 유도체가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물질 변화가 뇌 기능과 수면 생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존 장뇌축 연구 흐름과 맞닿는 대목이다.

 

수면 관련 기능성 소재 시장에서는 멜라토닌, 감태 추출물 등 기존 원료 중심의 경쟁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카페인 대사, 스트레스 완화, 뇌파 안정과 연계된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등장하면서 차별화된 기전 확보가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조절하고, 이를 통해 수면 구조와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 변화를 유도하는 접근법은 기능성 식품과 장내 미생물 치료제 사이의 경계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장내 미생물 기반 정신건강 관리 분야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와 건강보조식품을 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장뇌축을 겨냥한 우울감, 불안, 수면 개선용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가 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 출시돼 사용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수면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GABA 생성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국제 학술지에서 기전과 함께 체계적으로 보고한 사례는 많지 않아, 이번 논문 게재가 후속 상용화 전략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면 관련 기능성 유산균이 실제 제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인체 적용 시험과 개별인정형 원료 허가 과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기능성을 입증하는 인체 시험과 함께 제조 공정, 품질 관리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수면 기능은 주관적 지표와 객관적 지표를 함께 평가해야 하므로 뇌파, 수면다원검사, 설문 도구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임상 설계가 요구된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후속 개발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체 적용 시험 등 추가 연구를 바탕으로 수면 분야 개별인정형 원료 신청에 나서고, 이를 활용한 소재 및 제품 개발을 병행해 상용화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수면의 질 개선을 위한 기능성 유산균 제품군이 확대될 경우, 기존 수면제 의존도를 낮추면서 생활습관 관리와 병행하는 형태의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점도 나온다.

 

연구자들은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유의한 효과가 재현될 경우, 장뇌축 기반 수면 관리 전략이 제약과 건강기능식품, 디지털 헬스케어를 아우르는 융합 분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기전과 동물실험 결과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만한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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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바이오사이언스#idcc1201#프로바이오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