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의문 제기”…미국 뉴욕증시, 빅테크 흔들리며 변동성 확대

강예은 기자
입력

12일 현지 시각, 미국(USA) 뉴욕증시는 인공지능(AI) 투자 열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장 초반부터 기술주 중심으로 약세 흐름을 보였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최근 금리 인하와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할 핵심 지표 발표를 앞두고 투자 심리가 한층 신중해지는 모습이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증시와 한국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2일 오전,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시장에서 주요 지수는 엇갈린 출발을 보였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0.28% 하락한 23,527.47,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도 0.10% 내린 6,893.93을 기록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우량주 비중이 큰 다우존스 지수는 0.21% 상승한 48,806.73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방어력을 보여줬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0.88% 오른 14.98을 기록해 불안 심리가 다소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톱스타뉴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톱스타뉴스)

시장에서는 특히 AI 인프라 지출이 내년에도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증시 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장 초반 선물시장이 지수 수준에서는 보합에 가깝지만, 개별 종목의 변동폭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일 견조한 실적을 발표한 브로드컴(Broadcom) 주가가 대표적이다. 브로드컴은 내년 AI 관련 제품 주문이 시장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여파로 개장 전부터 약세를 보였고, 장 초반에는 7%대 급락으로 이어졌다. AI 열풍을 이끌어온 종목에서조차 성장 기대가 조정되면서 투자자들의 테마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경에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와 정부 셧다운 여파가 겹친 거시 환경이 놓여 있다. 연준은 최근 금리를 인하하고 경제 전망을 업데이트했지만, 노동시장과 물가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웰스파고와 찰스 슈왑 등 미국(USA) 주요 금융기관들은 다음 주 화요일 예정된 11월 고용보고서와 목요일 공개될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두 지표는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통계 공백 이후 처음 제시되는 핵심 자료인 만큼, 연준이 내년 추가 인하에 나설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월간 일자리 증가 데이터에 체계적인 과대 계산이 존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향후 수치 하향 조정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 시장이 연착륙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성장 지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황이어서, 연준이 긴축 완화와 물가 안정 사이에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조합이 고성장 기술주에는 가치 재평가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방어주와 가치주 중심의 다우지수가 상대적으로 선호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서학개미의 대표적 관심주인 테슬라(TSLA)는 장 초반 2.47% 급등한 457.93달러에 거래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엔비디아(NVDA)도 0.77% 오른 182.32달러에 형성되며 AI 핵심 반도체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반면 브로드컴은 7.89% 급락한 374.32달러를 기록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팔란티어 테크 등 주요 빅테크 종목들도 약세를 보이며 나스닥 지수를 끌어내리는 주된 요인이 됐다. AI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종목별로 엇갈리면서, 같은 테마 내에서도 수혜와 부담이 갈리는 모습이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투자 동향에서는 여전히 높은 위험 선호가 관찰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2월 10일 기준 미국 주식 상위 50개 종목에 대한 국내 투자자 보관금액은 185조 6,338억원으로, 이전 집계일보다 1조 844억원 증가했다. 2025년 12월 현재 전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47조 6,490억원으로 전월 대비 4.0% 늘었지만, 2025년 10월 기록한 최고치 251조 1,167억원에는 다소 못 미친다. 미국(USA) 증시에 대한 신뢰는 견조하지만, 일부 자금은 변동성 확대에 따라 조정 국면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종목별로 보면, 테슬라는 12월 10일 하루에만 보관금액이 5,860억원 늘어 상위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장 초반 주가의 2%대 상승과 보관금액 증가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일부 성장주는 AI 투자 회의론 속에서도 여전히 장기 성장 스토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브로드컴은 12월 10일 보관금액이 1,040억원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2일 장 초반 7%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실적 자체는 호조였지만, 내년 AI 수요 전망에 대한 경계감이 실적 발표 이후 시장 재평가를 불러온 것이다. 수급상 매수세 유입이라는 긍정적 요인보다 매크로 환경과 산업 전망에 대한 우려가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팔란티어 테크 역시 보관금액이 3,211억원 늘었지만 주가는 1.47% 하락했으며, 양자컴퓨터 관련주 아이온큐는 보관금액이 3,242억원 감소하는 동시에 주가도 0.32% 하락했다.

 

아이온큐의 경우 보관금액 감소는 단기 차익 실현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일부 한국 투자자들이 고위험 성장주 비중을 조정하며 위험 회피에 나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와 함께 AI 테마 전반에 드리운 지속성 논란이 단기 모멘텀을 약화시키면서, 투자자들이 종목 선별에 한층 신중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뉴욕 현지 경제 매체와 월가 리서치는 AI 관련 설비투자가 당초 기대보다 완만하게 진행될 경우, 일부 과열된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USA) 증시는 여전히 글로벌 자금의 중심 무대지만, 연준의 정책 전환기와 AI 성장성 조정이 맞물리며 변동성이 높아지는 국면을 통과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 역시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대표 성장주에는 베팅을 이어가면서도, 브로드컴과 같은 AI 인프라주에서는 시장 평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지표 발표 결과와 AI 투자 사이클 변화에 따라 미국 증시 내 섹터별 명암이 한층 뚜렷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향후 발표될 고용과 물가 지표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경로와 AI 관련 성장주의 재평가 방향을 동시에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증시와 미국(USA) 기술주의 조정 흐름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투자 심리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강예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미국뉴욕증시#테슬라#브로드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