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익성 기대 과했다”…뉴욕증시, 고용·물가 지표 슈퍼위크 앞두고 긴장 고조

현지시각 기준 15일, 미국(USA) 뉴욕 금융시장은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 확산 속에서 고용·물가·소비 지표 발표를 앞두고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이번 주에는 그동안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미뤄졌던 핵심 거시 지표들이 한꺼번에 공개될 예정이어서, 투자자들은 기술주 조정과 전통 산업주 강세가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1.62%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0.63% 밀렸다. 반면 전통 우량주 비중이 높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5% 올라 대조를 보였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0.75% 상승한 반면,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58% 급락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AI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 심리를 급랭시킨 직접적인 계기는 주요 기술주의 실적 발표였다. 특히 맞춤형 반도체(ASIC) 분야의 핵심 기업인 브로드컴이 AI 사업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밝히면서 충격을 줬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설명회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비 AI 매출보다 총마진이 더 작다”고 언급하고, 2026회계연도 AI 매출 전망 제시도 미뤘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기업들이 높은 마진과 생산성 혁신으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시장은 해당 발언을 AI 낙관론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픈AI 등 초대형 기술기업들이 막대한 차입과 자본을 투입해 AI 인프라를 확충해 온 흐름에도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데이터센터, AI 칩, 전력·냉각 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수익으로 충분히 회수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재평가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현재로서는 기술주 전반의 반등을 자극할 뚜렷한 재료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에서는 챗GPT 등장 이후 반복됐던 ‘AI 낙관론’을 근거로 한 저가 매수 유입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방어적 업종과 전통 산업주가 시장을 지탱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리덤캐피털마켓츠의 제이 우즈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기술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방어적 업종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기술주가 다시 방향을 잡기 전까지 이러한 방어적 업종들이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 증시에도 포트폴리오 재조정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주 발표될 미국 핵심 거시 지표는 뉴욕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연기됐던 비농업 고용 보고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매판매 지표가 ‘지표 슈퍼위크’를 통해 연달아 공개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시장은 11월 비농업 고용이 4만 명 증가에 그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셧다운 해제 직후 발표된 9월 수치가 11만9000명 증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둔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통계적 과대 집계 가능성을 언급하며 실제 고용 여건이 지표보다 더 약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노동 시장 둔화 우려를 키웠다.

인플레이션 재가열 가능성도 여전히 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FOMC 이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보인 데 대해 채권시장에서는 물가 압력 재확산에 대한 경계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팩트셋 기준 11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실제 물가 상승률이 3% 중반대로 치솟는 흐름이 확인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논의가 지연되거나 방향 수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지표가 예상 시나리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증시는 조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지표 슈퍼위크’ 일정도 촘촘하다. 15일에는 12월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 시장지수와 함께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16일에는 ADP 주간 고용변화 보고서, 10월 소매판매, 11월 비농업 고용 및 실업률, 12월 S&P 글로벌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17일에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잇따라 발언에 나선다. 18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10월 콘퍼런스보드(CB) 경기선행지수, 11월 CPI가 공개될 예정이다. 19일에는 11월 기존주택판매와 12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뒤를 잇는다.

뉴욕 현지 언론과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번 주를 연말 ‘산타 랠리’ 성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고용과 물가, 소비가 모두 연준의 연착륙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온다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지만, 어느 한 축이라도 크게 흔들릴 경우 기술주 중심의 조정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투자 열풍과 연준의 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맞물린 만큼, 뉴욕증시가 당분간 높은 변동성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미국 경제 지표와 연준 발언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