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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RPG 재탄생”…엔씨소프트, 퍼플로 레트로 공략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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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게임 IP가 디지털 유통 플랫폼을 만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 통합 게임 플랫폼 퍼플을 통해 1990년대 대표 국산 역할수행게임 두 편을 재출시하며 레트로 수요 공략에 나섰다. 패키지 게임으로 시작된 고전 IP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옮겨오며, 장기 서비스형 게임 중심이던 국내 게임 산업에도 라이브 서비스와 단발성 패키지 판매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엔씨소프트는 18일 퍼플에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환세취호전 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용자는 이날부터 퍼플에서 두 타이틀을 바로 구매하고 실행할 수 있다. 두 작품은 1990년대에 출시돼 국내 PC 게임 시장을 키운 대표 RPG로, 이번에 현대적인 그래픽과 시스템을 적용해 재구성된 버전으로 제공되고 있다. 패키지 기반 단일 판매 구조였던 과거와 달리, 통합 플랫폼 로그인만으로 구매와 실행, 계정 연동이 가능한 형태로 전환된 점이 특징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환세취호전 플러스는 2차원 도트 기반 롤플레잉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고해상도 대응과 인터페이스 개선 등 현 세대 이용자의 플레이 환경을 반영했다. 기존 타이틀의 맵 구성과 캐릭터, 시나리오를 계승하면서도 자동 저장, 조작 편의성 향상, UX 재디자인 등 품질 개선 요소가 포함돼 있다. 국내 레트로 게임 리마스터 흐름과 유사하게 콘텐츠 구조는 보존하되 접근성과 해상도, 호환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구현된 셈이다.

 

퍼플은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엔씨소프트의 통합 게임 플랫폼으로, 자사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심으로 구축돼 왔다. 이번에 국내 서드파티 패키지 RPG를 탑재하면서, 기존 라이브 서비스 위주의 포트폴리오에 패키지형 유료 콘텐츠 유통 기능을 더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특히 레트로 팬층과 신규 이용자를 동시에 겨냥한 IP 재활용 사례로, 장수 라이브 게임 수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수익 구조 다변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서비스 오픈에 맞춰 디지털 한정 혜택을 앞세워 콘텐츠 가치를 높이고 있다. 퍼플에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구매한 모든 이용자는 음악 파일 형태의 OST 모음집, 전자 문서 형식의 디지털 저니북, 고해상도 월페이퍼 2종을 추가로 제공받는다. OST와 설정집을 디지털 번들 상품으로 묶는 방식은 패키지 시절 한정판 구성 요소를 플랫폼 내 부가 콘텐츠로 전환한 사례로, 향후 다른 레트로 타이틀에도 같은 수익 모델을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환세취호전 플러스는 퍼플에서 내년 1월 18일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며, 제휴 PC방인 엔씨패밀리존 방문자는 두 게임을 별도 구매 없이 체험할 수 있다.

 

지난달 엔씨소프트가 대원미디어와 체결한 게임 유통 계약도 이번 행보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양사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환세취호전 플러스를 비롯한 대원미디어 보유 패키지 게임의 디지털 판매 및 서비스 협력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대원미디어는 오래된 콘솔 및 PC 패키지 IP를,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과 PC방, 플랫폼 인프라를 가진 만큼 상호 보완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팀, 콘솔 스토어 등이 레트로·리마스터 타이틀로 고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플랫폼 사업자가 외부 패키지 IP를 적극 수급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레트로 RPG의 플랫폼 이식이 단일 게임 출시를 넘어 IP 자산화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고 본다. 과거 패키지 형태로 일회성 판매에 그쳤던 로컬 IP를, 디지털 플랫폼에서 업데이트와 번들 판매, 제휴 PC방 체험 등으로 순환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클라우드와 계정 기반 유통이 일반화된 환경에서는 추후 콘솔, 모바일, 글로벌 PC 플랫폼으로의 추가 이식과 다국어 버전 전개도 비교적 수월해질 수 있다.

 

게임산업 분석가들은 국내 주요사들이 대형 온라인 게임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레트로 IP, 인디 패키지, 서드파티 협력 등으로 퍼블리싱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내에서 과거 IP의 디지털 보존과 상용화를 병행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국내 게임 산업의 수명 주기가 길어지고 이용자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엔씨소프트와 대원미디어의 협력이 일회성에 그칠지, 국내 레트로 게임 유통 재편의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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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퍼플#어스토니시아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