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해병 수사외압 재판 시작”…윤석열 전 대통령, 직권남용 혐의 첫 심리

윤지안 기자
입력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수사외압 의혹을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특별검사팀이 법정에서 맞붙게 됐다. 전직 군 지휘부와 군검찰 수뇌부까지 연루된 형사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군 지휘체계와 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책임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10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재판부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용서류무효 혐의가 적용된 이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입증 계획을 확인할 예정이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전직 안보·국방 수뇌부가 법정에 직접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용서류무효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19일 채수근 상병 순직 이후 수사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혐의 대상에서 빼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당시 해병대 수사단을 이끈 박정훈 대령은 폭우 속 인명 수색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 상병 사고를 수사해 임성근 전 1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판단했다. 수사 결과는 해병대 지휘부에서 국방부와 대통령실로 순차 보고됐고, 이후 대통령실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특검팀은 특히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강하게 질책한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특검은 이 시점을 기점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직권을 남용해 혐의자 범위를 축소하는 범행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관련 지시를 매개로 외압에 가담한 혐의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등 11명도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들 피고인 사건을 함께 심리하며 대통령 지시 여부와 집행 구조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채수근 상병 사건은 장병 안전 의무와 지휘 책임, 군 수사 독립성 문제를 한꺼번에 드러낸 계기였다.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당시부터 "군 내 인명 피해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수사 외압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반면 군 당국과 여권 일각에선 "지휘 책임을 둘러싼 과도한 형사 책임 부과가 현장 지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한편 같은 사건과 연동된 군검찰 수사 왜곡 의혹에 대한 첫 심리도 이어진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 이영선 부장판사는 오는 22일 염보현 군검사와 김민정 전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두 사람은 2023년 8월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혐의로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됐다. 특검은 당시 군검찰이 박 대령의 직무 범위를 부풀리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해 무리하게 신병 확보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서는 군검찰이 작성한 영장 청구서의 구체적 문구와 당시 보고·결재 라인, 외부 영향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안보·국방라인이 일제히 피고인석에 서게 되면서 향후 국방개혁 논의와 군 사법제도 개편 논쟁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은 군 의문사와 인권 침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여권은 지휘권 위축과 안보 공백 우려를 제기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법원은 공판준비 절차를 거쳐 내년 중 본격적인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은 해병 수사외압 재판 경과를 면밀히 지켜보며 군 수사 독립성 보장과 지휘 책임 기준을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를 다음 정기국회에서 본격화할 계획이다.

윤지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윤석열전대통령#채수근상병#해병대수사외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