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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투자자 품에 안기는 틱톡 미국법인 매각 성사 파장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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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이 미국 투자자 중심 합작법인으로 넘어가며 글로벌 플랫폼·데이터 통제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년간 요구해 온 매각이 구체적 절차와 일정까지 잡히면서, 규제와 거래를 통한 플랫폼 통제 모델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작법인 구조가 향후 미중 데이터 주권 경쟁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 액시오스 보도와 틱톡 내부 메모에 따르면 틱톡은 최근 미국 투자자들이 지배하는 합작법인에 미국 법인을 분리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저우서우즈 틱톡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에게 발송한 공지에 따르면 매각 절차는 내년 1월 22일 마무리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전면 금지 법안까지 통과시키며 압박 수위를 높인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 매각 일정이 제시된 셈이다.

새로운 미국 합작법인의 정식 명칭은 틱톡 유에스디에스 합작 유한책임회사로 정해졌다. 지분 구조를 보면 미국 IT 기업 오라클과 사모투자사 실버레이크, 아부다비 기반 투자사 MGX가 합산해 약 45%를 공동 보유하며,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기존 바이트댄스 투자자들과 연계된 계열사가 약 3분의 1 수준을, 바이트댄스 본사는 약 20%를 유지하는 구조다. 중국 본사의 영향력을 남겨두되 미국 내 통제권을 현지 투자자 그룹으로 이동시키는 절충 해법으로 해석된다.

 

기술·운영 측면에서 미국 합작법인은 데이터 보호, 알고리즘 보안, 콘텐츠 조정, 소프트웨어 보증 등 플랫폼 핵심 역량을 전담한다. 특히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틱톡 추천 알고리즘을 재훈련하는 역할을 맡아, 개인화 피드가 외부 조작이나 정치적 개입 논란에서 독립적이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강조한다.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시청 시간, 상호작용 패턴, 관심사 태그 등을 종합 분석해 맞춤 피드를 생성하는 틱톡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그 통제 주체가 미국 법인으로 옮겨간다는 의미가 크다.

 

이번 거래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오라클의 역할이다. 내부 메모에 따르면 합작법인에는 지정된 신뢰받는 보안 파트너가 국가안보 관련 합의 조건 준수를 감사하고 검증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되며, 거래 완료 후 오라클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오라클은 앞서 틱톡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자사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프로젝트 텍사스를 제안해온 바 있다. 이제는 단순한 인프라 제공을 넘어 데이터 흐름과 접근 권한을 검증하는 준감독자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면서, 클라우드 사업자 겸 플랫폼 보안 파트너라는 이중 포지션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새 합작법인은 법적·운영상 미국 내 독립 법인으로 규정되지만, 틱톡 글로벌 조직과의 연결도 유지한다. 메모에 따르면 틱톡 글로벌 산하 미국 법인들은 전 세계 제품 상호운용성, 전자상거래, 광고, 마케팅 등 상업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기술·데이터 통제는 미국 합작법인이 맡고, 수익 모델과 글로벌 비즈니스 운영은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투트랙 체계다. 이는 미국 규제 당국의 안보 우려를 달래면서도, 틱톡이 전 세계 10억 명 이상 이용자 기반을 단일 플랫폼으로 관리하려는 전략적 필요를 반영한 설계로 보인다.

 

이번 매각은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바이트댄스에 틱톡 미국 사업 매각을 처음 요구했다. 이후 행정부는 실제 금지 조치를 반복적으로 유예하면서, 매각 협상을 통한 관리형 해법을 모색해왔다. 의회는 작년 틱톡이 미국 기업 등에 매각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 법적 압박 장치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양국 정부는 지난 9월 안드리센호로위츠, 실버레이크, 오라클이 주도하는 미국 투자자 컨소시엄에 틱톡 미국 사업을 넘기는 방향으로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은 핵심 알고리즘 수출 제한 규정을 근거로 완전 매각 대신 합작 구조를 선택했고, 미국 측은 지분 구조와 데이터·알고리즘 통제권 이전을 통해 안보 우려를 관리하는 형태로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런 합작법인 모델이 향후 외국 플랫폼에 대한 디지털 안보 표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틱톡 매각은 구체적 국내법과 EU AI 법안 등 글로벌 플랫폼 규제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미국은 향후 다른 중국 기반 앱이나 클라우드, 통신 장비 회사에도 지분 구조 조정과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을 압박하는 선례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유럽연합과 인도 등도 데이터 주권과 플랫폼 통제 강화를 내세우고 있어, 다국적 IT 기업이 시장별 맞춤 지배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 거버넌스와 알고리즘 투명성이 핵심 경쟁력이 된 상황에서, 이번 틱톡 미국법인 매각은 기술과 안보, 자본과 규제의 절충점을 어떻게 찾을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회자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새 합작법인이 실제로 미국 규제 당국의 신뢰를 얻어 장기 안정 운영에 들어갈지, 그리고 이 모델이 다른 글로벌 플랫폼에도 확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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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오라클#바이트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