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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굿즈가 금융자산으로”…리셀 플랫폼, 알고리즘이 바꾼 중고시장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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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코리아의 한정판 베어리스타 콜드컵이 재출시 첫날부터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IT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이 만든 리셀 시장 구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굿즈가 단순 소비재를 넘어 일종의 단기 금융자산처럼 취급되면서, 가격 형성과 거래 과정 전반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알고리즘 기술이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경쟁과 리셀 시장 제도 논의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9일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베어리스타 콜드컵 판매 게시글이 수십 건 이상 연이어 올라왔다. 정가 4만5000원인 제품은 일부 게시글에서 12만원까지 가격이 책정돼 정가 대비 2배를 훌쩍 넘겼고, 다수 매물 역시 8만~10만원대를 형성했다. 이용자 설명에는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줄을 서서 구매했다는 이른바 오픈런 경험과 향후 매장 품절을 예상하는 문구가 함께 붙으며 희소성이 가격 프리미엄으로 바로 전이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스타벅스코리아가 단독 디자인한 베어리스타 콜드컵은 2023년 가을 한정 프로모션 당시 준비 물량이 조기 완판되며 이미 ‘리셀 잠재력이 검증된’ 상품으로 분류돼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북미 출시 당시에는 정가 약 4만3000원에 불과한 제품이 현지 중고거래 시장에서 최대 약 195만원까지 뛰어오른 사례가 알려지면서, 소비자 사이에서는 재판매 수익을 노린 선점 수요가 형성된 상태였다. 사실상 가격 급등 패턴이 한 번 데이터로 축적된 후, 국내 재출시 시점에 맞춰 다시 투기적 수요가 재현된 셈이다.

 

이 같은 과열 양상 뒤에는 모바일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의 기술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중고거래 앱은 이용자 검색어, 찜, 조회수, 지역별 거래 성사 이력 등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인기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고, 과거 거래 완료된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정가 범위를 제안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있다. 베어리스타 콜드컵처럼 거래량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경우, 추천 알고리즘이 가격이 높은 매물을 상단에 노출하면서 매도자 간 ‘상향 경쟁’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시장 가격이 더 빠르게 뛰는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치 기반 매칭 기술이 탑재된 플랫폼에서는 매장 주변 지역에서 확보한 물량이 같은 생활권 이용자에게 곧바로 노출되면서, 사실상 오프라인 대기열이 온라인 거래 대기열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용자는 GPS 정보를 기반으로 반경 몇 킬로미터 내 매물을 우선적으로 접하게 되며, 앱 내 채팅과 간편 결제 기능을 통해 수 분 내 거래를 마칠 수 있다. IT 인프라가 희소 자산의 회전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여주면서, 굿즈가 단기간 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기성 자산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굿즈 리셀 열풍은 스타벅스 미니어처 텀블러 키링 사례에서도 반복됐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특정 음료 구매 시 9000원을 추가 지불하면 키링을 살 수 있도록 조건부 판매 정책을 도입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개당 4만원대까지 거래되는 가격 왜곡이 발생했다. 기본 가격과 실거래 가격 간 차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중고 플랫폼의 거래 내역은 이후 굿즈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잠재 수익 예시’로 작용하며, 초기 수요를 더 키우는 역할을 했다.

 

플랫폼 간 경쟁 구도도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국내에서는 지역 밀착형인 당근마켓과 카테고리 중심의 중고나라, 커뮤니티 결합형 번개장터 등이 서로 다른 알고리즘과 노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이용자는 각 플랫폼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팔린 거래 사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이를 기준으로 자신이 올릴 가격을 가감하는 패턴을 보인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히면 미국 이베이, 일본 메루카리 등에서 굿즈·스니커즈가 이미 ‘준 금융자산’처럼 취급되며, 가격을 예측하는 전용 데이터 분석 서비스까지 등장한 상태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굿즈 리셀 시장에 대한 명확한 제도 틀이 마련돼 있지 않다. 가격 상한 규제나 전매 제한 같은 직접 규제보다는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 정책에 의존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스타벅스와 같은 브랜드가 1인당 구매 수량 제한, 조건부 판매 등으로 공급을 통제하려 해도, IT 플랫폼을 통한 2차 거래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책적 수단과 시장 자율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수요를 반영하는 현재 구조에서, 특정 굿즈의 가격 급등 현상은 앞으로 더 잦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비자 행동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오를 만한 상품’을 미리 예측하는 자동화 모델이 정교해지고, 일부 이용자는 이를 활용해 계획적인 리셀 전략을 세우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다. 반면 정가에 구매하려는 일반 소비자는 희소 굿즈에 접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며,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경험 사이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업계에서는 굿즈와 리셀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플랫폼의 가격 노출 방식과 거래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한 자율 규범이 필요해졌다는 목소리를 낸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단순한 중개 앱을 넘어 가격을 형성하고 시장 기대를 설계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 만큼, 기술과 시장 기능, 이용자 보호 원칙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향후 리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한정판 굿즈가 ‘디지털 자산화’되는 흐름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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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코리아#베어리스타콜드컵#중고거래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