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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폰에 진짜 금장식”…팬택 한정판, IT수집시장 들썩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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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피처폰이 IT 수집 시장의 새로운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동통신사와 명품 브랜드가 손잡고 선보였던 한정판 단말기가 실제 귀금속 가치를 입증받으면서다. 특히 금속 장식을 활용한 레트로 휴대전화가 실물 자산과 디지털 문화가 교차하는 수집품으로 재조명되는 흐름이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혁신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의 고급 소재 전략이 중고·컬렉터 시장에서 뒤늦게 가치를 평가받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링링언니에는 2009년께 출시된 팬택 스카이 듀퐁 에디션 휴대전화에서 분리한 금장식 감정 영상이 올라왔다. 의뢰인은 스카이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듀퐁의 협업으로 선보인 한정판 모델에서 떼어낸 장식을 보관해 오다 실제 순금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단말기는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 금속 장식을 사용한 프리미엄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혀 왔다.

영상에서 금은방 업주는 해당 장식을 육안으로 확인한 뒤 18K 표기를 발견하고 시약 검사를 진행했다. 귀금속 감정에 널리 쓰이는 테스트 용액을 떨어뜨려 반응을 확인한 결과 18K 금으로 판정됐고, 이후 정밀 저울을 통해 무게를 측정한 결과 약 0.27돈으로 나타났다. 당일 시세를 적용한 환산 금액은 약 14만8700원 정도로 계산됐다. 감정가는 소재 순수 금값만을 기준으로 산출된 수치로, 희소성이나 브랜드 가치 등 컬렉터 프리미엄은 별도다.

 

2000년대 중후반 모바일 시장에서는 하드웨어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이 활발했다. 팬택 스카이뿐 아니라 여러 제조사가 금속 인레이, 가죽, 크리스털 등 고급 소재를 채택해 패션·명품 브랜드와 협업을 확대했다. 특히 듀퐁, 향수·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에디션은 제한된 물량과 독특한 외관으로 당시에도 높은 판매가를 형성했고, 지금은 생산이 종료된 레거시 디바이스로 수집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사례처럼 실물 금 장식이 확인될 경우 소재 가치가 더해지면서 평가액이 높게 산정될 여지도 있다.

 

시장성 측면에서 보면, 스마트폰 보급으로 기능적 가치는 사라진 피처폰이지만 한정판 에디션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과 온라인 경매, 수집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로고 장식, 한정 각인, 오리지널 박스와 구성품 여부에 따라 수십만원 이상에 호가하는 거래가 등장하는 추세다. 금속 장식이 포함된 모델의 경우 순수 금값보다 디자인이나 스토리에 더 의미를 두는 수요가 늘고 있어, 실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유통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 IT 수집 시장에서도 초기 프리미엄폰과 명품 콜라보 단말기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경매에서는 출시 당시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도 보고된다. 다만 이번처럼 금 장식이 있다고 해도 도금 수준인지, 일정 비율의 합금으로 구성된 실질 18K인지에 따라 가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문 감정이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금은방이나 귀금속 감정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유튜브 채널이 이런 수요를 흡수하며 콘텐츠와 감정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골동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와 세제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레트로폰 금속 장식에 대한 별도 기준은 없다. 다만 귀금속 매입 시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부가가치세, 양도소득 과세 범위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개인이 수집품을 매각할 때도 일정 규모 이상이면 세무 이슈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수집품으로서의 가치가 커질수록 실물 자산과 문화 콘텐츠, 중고 거래 플랫폼을 포괄하는 새로운 시장 규범 논의가 뒤따를 수 있다고 본다.

 

영상 공개 이후 온라인에서는 과거 프리미엄폰을 떠올리는 반응이 이어졌다. 에어컨 로고, 휴대전화 금장식 등 오래된 전자제품에서 실제 금이 확인되자 “예전엔 소재 경쟁이 치열했다”, “지금은 원가와 가격 부담 때문에 이런 콜라보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시에 옛 단말기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해 온 사용자들은 감정 의뢰를 고민하며 중고·수집 시장 움직임을 살피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레트로 IT 기기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실물 자산과 디지털 컬처를 잇는 수집품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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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스카이#듀퐁에디션#링링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