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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협업툴로 근무 혁신"…아이티센, 일생활 균형 경영 부각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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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협업툴을 중심으로 한 유연근무 제도가 IT 업계 조직 문화를 바꾸고 있다. 개발자와 엔지니어의 과로 관행을 줄이기 위한 실험이 인사 전략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중견 IT 기업들이 법정 기준을 넘어선 복지·근무 환경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정책이 인재 확보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티센그룹은 1일 계열사 아이티센엔텍과 아이티센코어가 고용노동부와 관계 부처, 경제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2025년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정보기술 서비스·솔루션 기업이 공공 인증 형태의 인사·복지 제도 평가에서 상위 그룹에 오른 사례로, IT 업종 특유의 장시간 근로 구조 개선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제도는 근로자가 과도한 야근이나 주말 근무에 치우치지 않고, 개인 생활과 경력 개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범 기업을 발굴해 포상하는 정부 프로그램이다. 선정 기업은 우수 사례로 분류돼 산업 현장에 제도가 공유되고, 향후 인재 채용과 대외 신뢰도 측면에서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이티센그룹의 핵심 변화 지점은 디지털 기반 근로시간 관리와 AI 협업 환경 구축이다. 회사는 웹·모바일 기반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현장 인력과 사무직 모두가 근무·휴게 시간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적인 엑셀·서면 보고 방식에 비해 입력 오류를 줄이고, 자동 집계 기능을 통해 초과 근로 추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인사 담당 부서가 데이터 기반으로 조직별 근무 패턴을 분석할 수 있어, 특정 프로젝트나 팀에 과로가 집중되는 현상도 조기에 식별할 수 있게 됐다.

 

승인 절차 간소화도 병행했다. 단축근로 신청 시 거쳐야 했던 결재선을 줄여, 실제로 제도를 쓰고 싶어도 상신 과정이 부담됐던 직원들의 이용 장벽을 낮췄다. 단축근로는 육아, 가족 돌봄, 학업 등 개인 사유로 일정 기간 근로시간을 줄이는 제도인데, IT 서비스 프로젝트 특성상 업무 공백을 우려해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룹은 일정·인력 계획을 디지털 시스템에서 미리 조정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흡수해, 제도 실사용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과 근로 축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는 매월 둘째·넷째 금요일 조기 퇴근 제도인 패밀리 데이를 운영 중이다. 정기적인 조기 퇴근일을 사전에 명시해 프로젝트 일정 수립 시 해당 일정을 반영하도록 유도하면서, 상시 야근 관행을 줄이는 효과를 노린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정기적인 조기 퇴근일이 개발·운영 인력의 번아웃을 줄이고, 장기 근속률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성 보호와 육아 지원 정책도 눈에 띈다. 아이티센그룹은 태아 건강검진 휴가 등 법정 모성 보호 휴가를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전사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미취학 아동을 둔 직원에게 보육지원금을 지급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대상으로 학자금 제도를 제공해 육아와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를 만들었다. IT 업계 특성상 30·40대 개발자·기술 인력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족 친화 정책은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리적 근무 환경 측면에서는 거점 오피스, 수도권 출장자 숙소, 기숙사 운영 등 분산형 근무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는 장거리 통근에 따른 피로도를 낮추고, 프로젝트 단위로 이동이 잦은 IT 인력의 이동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겨냥한 설계로 풀이된다. 고정 사무실 중심에서, 업무 특성과 프로젝트 위치에 따라 근무 거점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 협업 툴을 적극 도입한 점도 특징이다. 그룹은 회의록 자동 작성, 문서 검색, 프로젝트 이슈 정리, 코드 리뷰 보조 등 다양한 영역에 AI 기반 도구를 적용해, 반복·단순 업무를 줄이고 직원들이 기획·설계·문제 해결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개발·운영 조직에서는 AI가 누적된 이슈 티켓과 로그 데이터를 분석해 장애 패턴을 제안하거나, 유사 과거 사례를 자동 추천하는 식의 활용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협업 솔루션 대비 정보 검색·정리 시간을 절감해 근로시간을 효율화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조직문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클라우드·소프트웨어 기업은 팬데믹 이후 재택·하이브리드 근무, 디지털 협업 툴, 가족 친화 정책을 묶어 인재 확보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형 IT 기업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 확대와 사내 어린이집, 복지포인트 강화 등이 진행돼 왔지만, 중견·중소 IT 기업까지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인증을 받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은 편이다.

 

정책·규제 측면에서 보면, 고용노동부와 정부 부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육아휴직 사용률 제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등과 연계해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인증 기업에는 향후 인센티브, 홍보 지원, 각종 정부 사업 참여 시 가점 등 간접 혜택이 제공될 가능성도 있어, IT 기업들의 참여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실제 근로시간·초과근로 관행과 제도 사이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개발자 인력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근무 환경과 복지 수준이 연봉 못지않게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본다. 대형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공공·금융 IT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시스템통합(SI) 기업까지 조직문화 경쟁에 뛰어든 분위기다.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선정이 향후 프로젝트 수주와 채용에서 신뢰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이티센그룹 인사실 관계자는 이번 선정을 임직원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실효성 있는 제도를 설계한 결과라고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근무 환경을 통해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러한 시도가 실질적인 근로 관행 변화로 이어져 IT 업계 전반에 확산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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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센그룹#아이티센엔텍#아이티센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