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상적혈구 치료제 북미 독점”…네오이뮨텍, 매출 기반 확보로 재도약 노린다
겸상적혈구질환 치료제가 국내 바이오 기업의 미국 시장 전략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네오이뮨텍이 미국에서 이미 판매 중인 희귀질환 치료제의 북미 독점 판권을 확보하며, 자체 개발 면역항암제 중심이었던 사업 구조를 매출 기반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모습이다. 업계는 연구개발 중심 바이오텍이 상업화된 제품 판권 인수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흐름 속에서 이번 계약을 희귀질환 전문 제약사로의 포지셔닝 시험대라고 보고 있다.
네오이뮨텍은 미국 엠마우스라이프사이언스가 보유한 겸상적혈구 희귀질환 치료제 엔다리와 관련 제네릭 제품에 대한 북미 지역 독점 판매·개발 권리 확보를 위한 이사회 결의를 완료했다고 18일 밝혔다. 본계약은 미국 기준 24일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계약이 마무리되면 네오이뮨텍은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시장에서 엔다리 상업화 전략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엔다리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 FDA 승인을 받은 겸상적혈구질환 치료제다. 유효성분은 L 글루타민으로, 체내 항산화 물질 생성에 관여해 적혈구 내부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산화 스트레스가 완화되면 적혈구 막이 덜 손상되고 유연성이 유지돼, 겸상 형태로 변형되는 현상이 늦춰지며 혈관이 급격히 막히는 상황의 빈도가 낮아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기존 통증 위주 대증요법 중심 치료와 비교할 때, 엔다리가 혈관 폐쇄 위기를 줄여 환자의 입원 횟수와 삶의 질을 동시에 개선하는 옵션으로 평가돼 왔다고 설명한다.
겸상적혈구질환은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적혈구가 초승달 모양으로 뒤틀리며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지고 혈관 폐쇄로 인한 극심한 통증, 장기 손상을 유발한다. 미국 내 환자 수는 약 10만 명으로 추정되며, 소수 환자에 집중되는 희귀질환 특성상 1인당 치료 비용과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엔다리는 이 같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경구용 희귀질환 치료제라는 점에서, 주사제 중심 고가 유전자 치료제보다 접근성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네오이뮨텍은 이번 북미 독점 판권 확보를 통해 희귀질환 및 전문의약품 시장에 직접 진출하게 됐다. 그동안 회사는 T 세포 기반 면역항암제 NIT 118 시리즈 등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임상 개발 단계에 집중해 왔으나, 아직 대규모 상업 매출은 없는 구조였다. 상업화 완료 제품의 판권 인수는 연구개발 단계 비즈니스 모델에서 실제 처방과 보험 청구를 통한 수익 모델로의 전환을 의미해, 재무 구조 안정화와 추가 개발비 조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겸상적혈구질환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혁신 치료제와, 기존 하이드록시유레아 등 약물 치료제, 그리고 엔다리 같은 보조 치료제가 서로 다른 가격대와 편의성으로 시장을 나누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판권 확보로 네오이뮨텍은 고가 첨단치료제와 기존 표준요법 사이에서 경구 제형 희귀질환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포지션을 선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희귀질환 의약품은 보험 급여 범위와 약가가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FDA 승인을 받은 품목이라 하더라도, 실제 병원 처방 확산과 매출 성장은 민간 보험사와 공공보험의 약가 협상, 유통 채널 확보, 의사 인식 제고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상업화 전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네오이뮨텍은 미국 의약품 유통망과 보험 네트워크에 본격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만큼, 향후 제약 마케팅 인력과 파트너십 전략을 어떻게 짤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네오이뮨텍 김태우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FDA 승인 의약품 판매를 통한 매출과 영업이익 창출 기반을 확보한 점을 강조하며,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관리종목 지정 우려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R D 성과만으로는 변동성이 큰 주가와 재무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상업화된 제품 판권 인수를 통한 캐시플로우 확보 전략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네오이뮨텍이 엔다리 제네릭 개발 권리를 어떻게 활용해 제품 라인업을 확장할지, 또 면역항암제와 희귀질환 포트폴리오를 연계한 북미 시장 전략을 어떤 속도로 전개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산업계는 이번 판권 확보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한국 바이오 기업의 상업화 역량을 입증하는 전환점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