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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보다 과태료 현실화"…이재명, 쿠팡 정보유출 계기로 강제조사권 검토 지시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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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과 규제 공백 논란이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형사처벌 중심의 기존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과태료 중심의 경제 제재 강화를 주문하면서, 디지털 경제 시대 기업 책임 논쟁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최근 대규모 정보 유출이 발생한 쿠팡 사례를 거론하며 기업에 부과하는 과태료 수준을 현실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형법 중심 제재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행정기관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형법 체계의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경제 제재를 통한 처벌을 현실화하기 위해 강제 조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법제처에 지시했다. 형사처벌 절차가 길고 비용이 큰 만큼, 과태료 등 경제적 제재 수단을 정교하게 설계해 실질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강제조사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지, 또 현실적으로 집행 가능한 방안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조사권을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에 부여할 경우 기업의 자료 제출과 현장 조사 범위가 크게 넓어질 수 있어, 향후 입법 논쟁이 예고된 대목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쿠팡 같은 경우도 형법을 통한 처벌보다 과태료 조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예시를 들어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가입 절차만큼 회원에서 나올, 그러니까 탈퇴할 때 처리 절차가 간단한지를 질문하기도 했다"고 전하며, 이 대통령이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 전 과정을 점검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전했다.

 

강 대변인은 또 "만약 경제적 이익을 노려 평범한 다수에게 경제적 손해를 끼친 일이라면 수사를 통해 대단한 형법적 제재를 가하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회적 낭비가 크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과실이나 관리 부실로 인한 대규모 피해에도 실질 처벌은 미미한 구조가 반복돼 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적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형법에 따른 징역형 등 전통적 처벌보다 거액의 과태료와 경제 제재가 더 효과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날 발언은 그 연장선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 피조사자의 동의 없이도 자료를 확보하고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강제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선결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읽힌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강제조사권이 헌법상 영장주의와 충돌할 소지가 있는 만큼,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보 유출과 플랫폼 독점 구조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과태료 현실화 요구는 국회 입법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법제처 검토 결과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의견을 토대로 과태료 제도 개편 방향과 강제조사권 부여 필요성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국회는 관련 소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형벌과 행정제재의 균형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가며, 차기 회기에서 본격적인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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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쿠팡#공정거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