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큐레이션에 AI 접목”…놀유니버스, 미식 데이터 플랫폼 실험
여행 플랫폼이 미식 데이터를 새 성장 동력으로 삼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놀유니버스가 운영하는 여행 서비스 NOL이 레스토랑 평가서 블루리본 서베이와 손잡고 계절별 미식 여행 가이드를 선보이며, 맛집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큐레이션 플랫폼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온라인 지도와 리뷰, 숙박 예약, 할인 쿠폰을 한데 묶는 구조로, 향후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와 지역 관광 데이터 분석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놀유니버스는 국내 최초 레스토랑 가이드로 꼽히는 블루리본 서베이와 함께 계절별 NOL 미식 여행 가이드를 발행했다고 10일 밝혔다. 1년간 진행되는 연간 프로젝트로, 사계절에 맞는 지역과 테마를 정해 미식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구조다. 여행 플랫폼 사업자가 검증된 오프라인 평가 데이터를 디지털 인벤토리로 재구성해, 자사 서비스 안으로 흡수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첫 번째로 공개된 겨울편은 따뜻함 속 특별한 맛을 테마로 서귀포, 기장, 속초 등 3개 지역을 선정했다. 각 지역은 등산, 온천, 설산 등 겨울 활동 콘셉트와 연결해 제철 겨울 음식을 제안한다. 테마 기반으로 지역과 계절, 활동 데이터를 묶어 두면서, 향후에는 이용자 선호도와 이동 동선 데이터를 결합한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다.
콘텐츠 선별에는 블루리본 서베이와 NOL 검증단의 추천이 동원됐다. 외부 전문가 평가 데이터와 플랫폼 자체 검증단의 이용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해 후보군을 압축한 셈이다. 서귀포 중문해녀의 집, 기장 남항횟집, 속초 단천식당 등 지역당 40여 곳의 맛집이 엄선됐으며, 선정 과정에서 지역 고유의 맛과 체험 요소를 얼마나 강하게 제공하는지가 핵심 기준으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러한 장소 데이터가 향후 위치 기반 추천 시스템의 핵심 학습 자원이 된다.
서비스 구현 측면에서는 지도와 연동한 O2O 구조가 특징이다. NOL 앱과 웹 이벤트 페이지에서 맛집 정보를 제공하고, 카카오맵과 네이버 지도 기반 인벤토리와 연동해 주변 상권과 동선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사용자는 특정 식당을 선택하면 주변 관광지나 이동 경로, 다른 추천 맛집까지 함께 탐색할 수 있어, 사실상 동선 추천 엔진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다.
여행 소비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리워드 구조도 결합됐다. 맛집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고객을 위해 지역 전용 숙소와 놀거리 정보를 묶어 보여주고, 최대 10퍼센트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온라인 검색과 예약, 오프라인 방문까지 이어지는 폐쇄 루프를 구성해, 플랫폼 내에서 소비 데이터와 이동 데이터를 동시에 축적하는 셈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이후 지역별 체류 시간, 객단가, 재방문 패턴을 예측하는 모델링에 활용될 수 있다.
놀유니버스는 오프라인 경험의 몰입도 강화를 위한 장치로 일러스트 지도를 도입했다. 추천 숙소 방문 고객에게 각 지역 이야기를 담은 일러스트 지도를 제공해 여행 동선과 스토리텔링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디지털 상에서 설계된 추천 동선을 오프라인 지도 형태로 재현해 사용자의 자발적 경험 설계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트윈 기반 지역 모델링의 기초 데이터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이벤트 페이지에서 여행지의 미식 순간을 공유하도록 한 참여 구조도 데이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사진과 후기를 수집해 추첨으로 숙소와 맛집 이용권을 제공하는 방식인데,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미지와 텍스트, 위치 정보가 결합된 사용자 생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멀티모달 데이터는 향후 이미지 인식 기반 메뉴 추천, 리뷰 신뢰도 판별, 감성 분석 등 AI 기반 서비스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여행·맛집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블루리본 서베이와의 협업은 차별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포털과 지도 서비스가 대규모 리뷰와 평점을 앞세운 반면, 놀유니버스는 전문가 평가 데이터와 자체 검증단을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 정밀도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슐랭 가이드, 트립어드바이저, 구글맵 등이 미식 데이터를 중심으로 관광객 동선을 장악하는 구조가 이미 자리 잡은 만큼, 국내에서도 유사한 데이터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여행 데이터 활용에는 개인정보와 위치 정보 보호 이슈가 동반된다. 이용자의 이동 경로와 소비 패턴이 정교하게 축적되는 만큼, 데이터 익명화와 마이데이터 제도와의 정합성, 제휴사와의 데이터 공유 범위 설정이 향후 과제로 거론된다. 위치 기반 서비스 고도화 단계에서 규제기관의 가이드라인이 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놀유니버스 관계자는 미식과 지역 이야기를 여행 전반에 연결해 여행 계획이 없던 고객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여행을 준비 중인 고객에게는 깊이 있는 여정을 선사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NOL의 큐레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고 고객 여정 전반에 설렘과 즐거움을 더하는 파트너가 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시도가 계절·지역·미식 데이터를 결합한 여행 큐레이션 플랫폼 경쟁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