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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톡신으로 1억불 돌파…휴젤, 수출 비중 60퍼센트 넘겼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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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에스테틱 제품이 K뷰티를 넘어 K바이오 수출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토종 톡신과 필러 브랜드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규제가 까다로운 선진 시장에 잇달아 진입하면서, 기술·품질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 전환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국산 미용의료 제품의 글로벌 위상 재편을 알리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휴젤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는 62회 무역의 날 시상식에서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고 5일 밝혔다. 수출의 탑은 전년도 7월 1일부터 당해 연도 6월 30일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국가 수출 확대에 기여한 기업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휴젤은 해당 기간 1억 달러 이상 수출을 기록하며 고부가가치 바이오 수출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1억불 수출의 탑은 휴젤이 2016년 2000만불, 2017년 5000만불, 2023년 7000만불 수출의 탑에 이어 네 번째로 받는 수상이다. 수출 규모가 단계적으로 상승해온 흐름이 공식 통계에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특히 최근 3년간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3점4퍼센트, 2023년 55점4퍼센트, 2024년 60점4퍼센트로 꾸준히 높아졌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약 64퍼센트에 이른다.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 시장 중심의 사업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휴젤 성장의 축은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와 히알루론산 필러 더채움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 분비를 차단해 주름을 유발하는 근육 수축을 완화하는 생물학적 의약품으로, 정량 투여와 균일한 효능 유지가 핵심 기술 포인트다. 휴젤은 독자적인 균주 관리, 정제 공정, 제형화 기술을 바탕으로 톡신 단위를 표준화하고, 제조 배치 간 편차를 줄이는 품질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히알루론산 필러 더채움은 체내에 존재하는 다당류 성분인 히알루론산을 가교해 점탄성과 유지 기간을 조절한 제품이다. 필러 시장에서는 입자 크기, 점탄성, 주입 압력 등 세부 물성이 시술 난이도와 부작용 발생률을 좌우한다. 휴젤은 안면 부위별 탄성 요구치에 맞춰 제품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고순도 원료와 불순물 저감 공정을 내세워 시술자와 소비자 신뢰를 확보해왔다.

 

현재 보툴렉스는 국내를 포함해 70여개국, 더채움은 50개국 이상에서 허가·판매 중이다. 특히 보툴렉스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미국, 중국, 유럽 3대 톡신 시장에 모두 진출했다. 이들 국가는 임상시험 설계, 제조시설 실사, 장기 안전성 평가 등 규제 요구 수준이 높아 진입 장벽이 크다. 업계에서는 동일 계열 글로벌 다국적사 제품 대비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규제 허들을 연속 통과했다는 점에서 기술력과 품질 시스템을 국제적으로 검증받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톡신·필러 시장은 미용 시술 대중화와 고령화, 남성 수요 증가 등 구조적 성장 요인에 힘입어 연평균 2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비수술적 시술은 회복 기간이 짧고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병의원과 환자 모두에게 효율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휴젤 제품의 수출 확대는 이러한 수요를 국내 제조 기반으로 흡수하는 사례로, 국내 바이오제조 인프라의 가동률과 수출 단가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다.

 

글로벌 경쟁 구도는 녹록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리지널 톡신 기업들이 강한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도 자국산 톡신 브랜드 육성이 활발하다. 그럼에도 휴젤은 동아시아와 중남미, 중동 등에서 현지 파트너십과 허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다국적사 대비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가격 전략과 국가별 맞춤 영업 조직 운영이 수출 비중 확대의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국가 차원의 정책 환경도 수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K바이오 육성 전략의 한 축으로 의료기기·미용의료 제품 수출을 포함한 헬스케어 수출 다변화를 내세워왔다. 까다로운 해외 인허가를 준비하기 위한 임상·품질 관리 지원, 수출 금융, 전시·마케팅 지원 프로그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휴젤 장두현 대표는 휴젤의 주력 제품이 우수한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1억불 수출의 탑 수상이 주력 제품 라인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체질 전환이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한다. 동시에 향후에는 톡신과 필러를 넘어 디지털 상담 플랫폼, 시술 교육 프로그램 등 서비스 부문까지 연계한 통합 메디컬 에스테틱 솔루션으로 확장할 여지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톡신과 필러 같은 미용의료 제품 수출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글로벌 진출 경험을 축적하는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진국 규제 기관의 품질 기준을 충족한 생산과 허가 경험이 축적될수록, 향후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수출에서도 신뢰도와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휴젤을 비롯한 K에스테틱 기업들이 기술 고도화와 제품 다변화에 성공해, 수출 성장이 일회성 성과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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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젤#보툴렉스#더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