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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들이 인형이냐”던 윤석열, 내란특검에 위증 혐의 추가 기소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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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청와대·경호 라인까지 줄줄이 법정에 서는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향후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지휘하는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한 증언과 관련해 위증죄로 공소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한덕수 전 국무총장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재판에서 쟁점이 된 것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무회의 소집 경위였다.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의 건의 이전부터 국무회의를 계획해 왔던 것처럼 증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재판에서 특검 측은 한 전 총리가 "합법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하자"고 건의했는지 여부를 따져 물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외관을 갖추려고 온 인형도 아니고, 너무 의사가 반영된 질문 아니냐"고 반발했다. 그는 국무회의 소집이 특정 정치적 목적이 아닌 통상적인 국정 절차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팀의 판단은 달랐다. 특검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당초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개최 의사가 없었고, 이후 한 전 총리가 제기한 이른바 합법 외관 작출을 위한 건의를 받고 국무회의를 뒤늦게 개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특검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의 법정 진술이 이와 배치된다고 보고 허위 증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사후 수습 과정에 관여한 전직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에 나섰다. 우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강 전 부속실장이 비상계엄과 관련된 사후 문건 작성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꾸며 공문서를 작성한 정황이 있는지 여부가 재판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언론 통제 논란도 사법적 판단대에 올랐다.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 KTV 원장은 계엄 선포 이후 방송 자막을 둘러싼 지시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게 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계엄 선포 후 정치인들이 계엄의 위법·위헌성을 지적한 발언을 담은 방송에서 관련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 지시를 공영 성격을 띤 정책방송의 편성 자율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해치는 남용 행위로 보고 공소를 제기했다.

 

청와대 경호라인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인 재판 단계로 접어든다. 특검팀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강호 전 경호본부장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세 사람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을 당시, 경호 인력을 동원해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당시 상황이 대통령 경호업무 차원을 넘어 사법 집행을 가로막는 행위였다고 보고 있다. 반면 피고인 측에서는 국가원수 경호와 신변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향후 재판에서 경호권과 사법권의 경계, 그리고 적법한 공무집행 방해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내란특검의 연이은 기소가 정국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은 비상계엄과 국무회의 소집, 언론 통제, 영장 집행 방해 의혹이 모두 연결된 권력 남용 사례라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사법적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동시에 피고인 신분이 된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12·3 비상계엄의 결정 구조와 책임 소재, 국무회의 개최 경위, 그리고 계엄 이후 언론·사법 대응의 적법성이 순차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특검은 추가 소환 조사와 자료 분석을 이어가며 관련자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며, 정치권은 특검 수사와 재판 결과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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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조은석내란특검#한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