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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구균 4가 백신·보툴톡신”…아이진, 226억원 마련해 상용화 속도전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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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구균 백신과 보툴리눔 톡신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아이진이 대규모 개발 자금을 확보해 상용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주주배정 방식과 일반 공모를 병행한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며 총 226억원을 조달했다. 핵심 백신과 톡신 제품을 임상 후반부에서 매출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실탄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백신 개발사가 임상 2상, 3상 구간의 자금 장벽을 넘기 위한 대표적 사례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아이진은 9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절차가 모두 종료됐다고 밝혔다. 주주배정에서는 전체 물량의 87.59퍼센트가 기존 주주에게 배정됐고, 남은 물량을 대상으로 한 일반 공모에서는 53.7대 1의 경쟁률이 집계됐다. 기관과 개인 모두 자금이 몰리면서 계획한 수준의 개발 자금이 채워졌다.  

최대주주의 참여 강도도 눈에 띈다. 한국비엠아이는 주주배정 초과 청약에 120퍼센트로 참여한 데 이어 일반 공모에서도 허용된 한도까지 청약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분율은 기존 21.48퍼센트에서 23.18퍼센트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가 실질적인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낸 만큼 향후 추가 자금조달 과정에서도 신뢰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달 자금의 1차 사용처는 수막구균 4가 접합백신 EGMCV4와 유전자 재조합 보툴리눔 톡신 EGrBTX100이다. EGMCV4는 혈청형 4종을 동시에 겨냥하는 수막구균 예방 백신으로, 접합백신 기술을 적용해 면역지속 기간을 늘리고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는 이 백신을 국내 공공 조달시장과 해외 백신 수요가 큰 지역을 겨냥한 전략 제품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임상 개발은 속도를 내고 있다. EGMCV4의 국내 임상 2상은 2024년 10월 중순 투여를 시작한 이후 최근 모든 대상자 투여를 끝낸 상태로 전해졌다. 아이진은 2025년까지 임상 3상을 마무리한 뒤 2027년을 목표로 국내 조달시장 진입과 함께 동남아, 남미 시장 중심의 수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장악한 수막구균 백신 시장에서 국산 4가 백신이 실질적인 경쟁 후보로 진입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보툴리눔 톡신 파이프라인인 EGrBTX100도 상용화 잠재력이 주목된다.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생산하는 톡신은 기존 균주 배양 기반 제품 대비 제조 일관성, 불순물 관리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회사는 미용 적응증을 넘어 치료용 보툴리눔 시장까지 장기적으로 겨냥하고 있어, 임상 설계와 허가 전략에 따라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이진은 중장기 성장 축을 유전자 세포 치료제와 mRNA 플랫폼에서 찾고 있다. 회사는 AAV 벡터를 활용한 황반변성과 당뇨망막증 치료제, 희귀 망막질환 치료제 연구를 진행 중이다. AAV는 체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유전자 전달이 가능해 안과 질환 등 국소 조직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널리 쓰이는 벡터다. 안과용 유전자 치료제 분야는 이미 해외에서 품목허가 사례가 나온 만큼 임상 설계와 보험 등재 전략에 따라 국내 진입 여지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RNA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mRNA 기반 백신 연구도 병행된다. mRNA 백신 플랫폼은 항원 서열만 교체하면 새로운 감염병이나 변이 바이러스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데믹 이후 글로벌 빅파마와 바이오벤처가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영역이다. 아이진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통해 mRNA 전달체, 제형 기술 등 기반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고, 감염병을 넘어 암 백신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시장에서는 아이진의 이번 유상증자가 단기적인 자금 보충을 넘어 파이프라인 다각화 전략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EGMCV4와 EGrBTX100이 계획한 일정에 맞춰 임상 후반부를 통과할 경우, 백신과 톡신이라는 두 축의 매출원이 생기면서 유전자 치료제와 mRNA 플랫폼에 대한 추가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백신과 톡신 모두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선점한 시장인 만큼, 가격 경쟁력과 생산 규모, 파트너십 전략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아이진 관계자는 최대주주 한국비엠아이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번 청약 흥행의 신뢰 기반이 됐다고 평가하면서, 조달 자금을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과 상용화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계는 아이진이 수막구균 백신과 보툴리눔 톡신을 계획대로 매출 단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유전자세포치료제와 mRNA 플랫폼 개발을 통해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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