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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ADC 페이로드”…큐리언트, 독일 자회사 증자 참여로 PI 경쟁력 강화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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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항암제 플랫폼으로 꼽히는 항체 약물 접합체 ADC 경쟁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표적 항체에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이 기술은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의 독성을 줄이면서 효능을 높이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국내 신약 개발 기업 큐리언트가 독일 자회사에 대한 대규모 증자에 참여하며 차세대 페이로드 기술 투자를 확대해, 국내 기업의 ADC 가치 사슬 진입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ADC 페이로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큐리언트는 독일 자회사 QLi5테라퓨틱스가 18일 현지 시간 주주총회를 열고 약 625만7600유로, 한화 약 108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19일 밝혔다. 큐리언트는 해당 증자에 참여해 QLi5테라퓨틱스에 대한 지분율을 기존 약 58퍼센트에서 약 64퍼센트로 높인다. 회사는 단순 재무 투자 성격이 아니라 핵심 플랫폼 기술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증자에는 QLi5의 공동 창업자이자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후버 박사도 참여해 기술적 신뢰성을 한층 부각했다.  

QLi5테라퓨틱스는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프로테아좀저해제, PI를 활용한 ADC 페이로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프로테아좀저해제는 세포 내 단백질 분해를 담당하는 프로테아좀 복합체를 차단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일부 혈액암 치료제에서 이미 임상적 효능이 입증된 계열이다. QLi5는 이 기전을 ADC 페이로드로 설계해 종양세포 내부에서 강력한 선택적 독성을 발휘하도록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미세소관 저해제 계열 페이로드에 비해 내성 발생 패턴과 독성 프로파일이 달라 병용 요법과 난치성 종양 공략에 새로운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거론된다.  

 

ADC는 크게 표적 항체, 링커, 페이로드 세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페이로드는 항암 효능과 안전성, 약물 내성 양상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는 세포분열을 방해하는 미세소관저해제 계열 페이로드가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DNA 손상 유도제, 토포아이소머라제 저해제, 면역조절 계열 등으로 페이로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는 추세다. QLi5의 PI 페이로드 기술은 프로테아좀이라는 또 다른 암세포 생존 축을 정밀 타깃으로 삼는 전략으로, 기존 ADC와 차별화된 작용기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ADC는 글로벌 항암제 성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다수의 ADC 파이프라인을 인수하거나 공동 개발에 나서며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고, 기술이전 계약 규모도 대형화를 거듭하는 흐름이다. 특히 탄탄한 기전과 차별화된 독성 프로파일을 가진 페이로드 기술은 후발 기업에게도 글로벌 기술 거래의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QLi5의 PI 기반 페이로드가 비호지킨림프종, 다발골수종을 넘어 고형암에 적용 가능성을 입증할 경우, 국내 제약사들과의 공동 개발이나 해외 기술 이전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QLi5테라퓨틱스는 큐리언트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리드디스커버리센터, LDC, 그리고 로버트후버 박사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기초과학 연구 역량과 산업화 경험을 결합한 구조로,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보유한 단백질 구조 분석 플랫폼과 후버 박사의 구조생물학 전문성이 PI 계열 저분자 설계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큐리언트의 임상 개발 경험과 신약 사업화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학계와 산업계가 결합한 전형적인 유럽형 트랜슬레이셔널 연구 모델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DC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가열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대형 제약사가 ADC 전문 바이오텍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 기업들도 독자 페이로드와 링커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이 글로벌 ADC 기업과의 기술제휴나 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페이로드를 독자 설계하는 플랫폼 수준의 기업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큐리언트와 QLi5의 PI 페이로드 기술이 성과를 낼 경우, 국내 산업의 ADC 가치 사슬 내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ADC 분야는 항암 효능이 높은 만큼 안전성 관리, 정밀한 환자 선별, 제조 공정의 일관성 등 규제 측면에서 요구 수준이 높다. 미국 FDA와 유럽 의약품청은 페이로드 독성, 링커 안정성, 체내 분포 특성에 대한 정교한 비임상 데이터와 임상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PI 계열처럼 이미 승인 약물이 존재하는 기전의 경우, 독성에 대한 기존 지식과 안전성 관리 경험을 기반으로 개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ADC 형태로의 재설계에 따른 새로운 안전성 이슈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큐리언트 남기연 대표는 이번 증자를 두고 QLi5가 보유한 PI 기전 기술이 차세대 ADC 페이로드로서 가진 잠재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자금 조달 이후 전임상 고도화와 초기 임상 진입 속도가 향후 기술 가치 평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DC 플랫폼 경쟁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재편을 이끄는 상황에서, 산업계는 큐리언트와 QLi5의 PI 페이로드 기술이 실제 임상과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주시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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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언트#qli5테라퓨틱스#로버트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