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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개인화 통번역”…플리토, 챗 트랜스레이션 출시로 글로벌 소통 겨냥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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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통번역 기술이 회의와 협업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플리토가 정식 출시한 챗 트랜스레이션은 실시간 음성 인식과 번역을 결합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국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직접 개인 데이터셋을 구성해 언어 스타일과 전문 용어를 학습시키는 구조로 설계돼, 통역 품질 경쟁이 초개인화 단계로 이동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기업의 원격 회의와 국내외 컨퍼런스, 해외 영업 실무 등에서 상용 활용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플리토는 10일 실시간 인공지능 통번역 솔루션 챗 트랜스레이션의 정식 버전 출시를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플리토가 다년간 축적한 대규모 고품질 언어 데이터와 STT 기술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STT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로, 화자의 발화를 먼저 정확하게 문자로 옮긴 뒤 기계번역 엔진을 통해 다국어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플리토는 그동안 수집한 번역 데이터와 언어 코퍼스를 기반으로 통번역 모델의 정밀도를 높였다고 설명한다.

챗 트랜스레이션은 최대 37개 언어를 지원하며, 사용자는 최소한의 설정만으로 다국적 참여자 간 실시간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기존 통번역 앱들이 1대1 번역 위주로 사용됐다면, 챗 트랜스레이션은 회의와 세미나처럼 여러 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협업 상황을 겨냥한 구성이 특징이다. 온라인 화상 회의뿐 아니라 오프라인 대면 미팅에서도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차별 요소다.

 

정식 버전에서 신규 도입된 빠른 대화 기능은 실제 활용 장면을 크게 넓힌다. 하나의 기기만으로 대화하는 대면대화 모드는 호스트 기기 한 대로 최대 3개 언어를 동시에 지원한다. 여러 언어가 섞여 발화되더라도 시스템이 언어를 자동으로 감지해 나머지 언어로 즉시 번역된 결과를 제공한다. 실제 다국적 미팅에서 통역 인력 없이도 3개 국어까지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 셈이라, 인원·예산 부담이 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적합한 구성이 될 수 있다.

 

각자의 기기로 접속하는 QR대화 모드는 현장 활용성을 더욱 확장한다. 참가자는 호스트 기기의 QR코드를 스캔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디바이스에서 모국어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최대 10명까지 동시 참여가 가능하며, 각 참가자는 자신에게 설정된 언어로 메시지를 보고 말할 수 있어, 다국적 소규모 워크숍이나 프로젝트 회의에 적합하다. 자주 사용하는 인사말과 안내 문구를 미리 등록해두고 버튼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반복 안내 상황에서 효율성을 높인다.

 

챗 트랜스레이션의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되는 부분은 커스터마이징과 초개인화 기능이다. 사용자는 업무용 문서, 논문, 링크드인 프로필, 유튜브 링크 등 다양한 자료를 업로드해 개인 데이터셋을 직접 구성할 수 있다. 이 데이터셋은 사용자 고유의 문체와 전문 용어, 선호 표현을 반영하는 학습 자료로 활용된다. 가령 특정 기업의 제품명, 내부 용어, 계약서에 반복 등장하는 법률 표현 등을 미리 반영해두면, 일반 번역 엔진이 틀리기 쉬운 고유명사와 전문 용어도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다.

 

플리토는 이 구조를 통해 통번역 결과가 단순 직역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사용자의 언어 습관을 점진적으로 반영하는 초개인화 경험을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브랜드 톤앤매너, 직책 표현, 산업별 전문 용어 등 미세한 언어 차이가 신뢰도와 전문성 인식에 영향을 준다. 챗 트랜스레이션은 이런 요소를 데이터셋 레벨에서 반영해, 반복 사용할수록 통역 품질이 개선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챗 트랜스레이션은 통번역 엔진 경쟁에서 한 단계 나아가, 회의 플랫폼과 협업 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화상 회의 서비스에 통번역 기능을 탑재하는 가운데, 플리토는 전문 언어 데이터와 커스터마이징 역량을 앞세워 틈새를 공략하는 구도다. 특히 특정 산업군의 용어를 깊이 있게 반영해야 하는 제약, 금융, 제조 분야 글로벌 협업이나 B2B 고객을 타깃으로 한 차별화 전략이 가능해 보인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국어 회의 지원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 빅테크는 자사 클라우드와 연계한 실시간 자막 번역, 다국어 오디오 생성 기능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플리토처럼 언어 데이터에 특화된 기업은 번역 품질과 전문 도메인 적합도를 앞세워 협업 생태계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다만 실제 기업 환경에서는 보안, 데이터 주권, 온프레미스 연동 등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챗 트랜스레이션이 어떤 수준의 보안과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지가 B2B 확산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규제와 정책 측면에서 통번역 솔루션은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은 편이지만, 대화 내용과 음성 데이터가 축적될 경우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처리 투명성이 중요해질 수 있다. 특히 유럽과 같은 지역에서는 AI 관련 규제 논의가 확대되는 상황이라, 언어 데이터 처리와 학습 범위를 명확히 하고 기업 고객의 데이터 통제권을 보장하는 구조가 요구될 전망이다. 향후 원격진료나 공공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될 경우 의료정보보호, 공공기록 관리 등 별도 규제와도 맞물릴 여지가 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챗 트랜스레이션 정식 출시에 대해 AI 통번역 기술이 개인의 언어적 개성과 의도까지 이해하는 초개인화 커뮤니케이션 시대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플리토의 비전과 기술력이 집약된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환경 혁신을 주도하고 AI 솔루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챗 트랜스레이션이 통번역 품질과 더불어 실제 회의·업무 환경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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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토#챗트랜스레이션#ai통번역